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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애플 ‘폐쇄형’이냐 구글 ‘개방형’이냐

애플 ‘폐쇄형’이냐 구글 ‘개방형’이냐

스마트폰 OS누가 웃을까

경향신문 | 전병역 기자 | 입력 2010.05.20 18:17 | 수정 2010.05.20 23:45 |

실시간 음악듣기 서비스를 하던 소리바다, 엠넷, 벅스의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13일부터 온라인 장터인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신용카드 결제만 허용하는 애플이 휴대전화를 통한 소액결제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애플의 조치로 큰 불편을 겪었다.

반면 구글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이런 일을 겪을 염려가 없다. 국내 통신사들이 즐겨 쓰는 휴대전화 소액결제도 가능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식 '개방형'과 애플식 '폐쇄형'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누가 세계시장의 패권을 쥘지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당장은 애플 아이폰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15만여개에 이르는 풍부한 애플리케이션과 세련된 디자인, 높은 보안성이 주된 무기다. 지난달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는 스마트폰 도청 시연회가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e메일을 열자 도청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대화 내용이 도청됐다. 일부 언론이 '아이폰'으로 지목한 이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옴니아2'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보안성이 높은 스마트폰으로 평가되는 아이폰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역설적으로 아이폰의 보안성은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e메일을 열든, 웹서핑을 하든 한 프로그램만 작동해 다른 프로그램을 타고 외부에서 악성코드가 끼어들 여지가 적다. 또 아이폰의 앱스토어는 애플이 인증하지 않은 다른 프로그램을 깔 수 없어 해킹을 막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철옹성'인 일본에서도 2009년 4월부터 지난달 3월까지 170만대의 아이폰이 팔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72%를 차지했다. 애플의 소비자 정책이 잡음이 크긴 하지만 아직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플은 다음달 제한적 멀티태스킹을 앞세운 4세대(G) 아이폰이 가세할 경우 올해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을 2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의 룰을 용납하지 않는 애플은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동영상 프로그램인 플래시 기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도 배제돼 있다.

애플 측은 "이런 프로그램을 돌리면 속도가 떨어지고 배터리 용량과 보안에 문제가 생긴다"며 "애플이 겉보기에 폐쇄적이지만 이런 면에서 보면 소비자에게는 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의 폐쇄성이 소비자들에게 언제까지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기 시장에는 대안 부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개방성을 앞세운 안드로이드의 거센 반격에 직면해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 1·4분기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는 9.6%를 차지해 지난해 4·4분기 1.6%보다 크게 늘었다.

제조사와 통신사에 두루 통용되는 운영체계를 갖고 있는 장점을 앞세워 30여개의 안드로이드폰이 쏟아진 결과다. 판매량도 10배나 늘었다. 가트너는 2012년 이후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안드로이드폰은 애플과 달리 'T스토어' 같은 온라인 장터를 인정하고 결제도 특정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떠안는 부담도 없다.

궁극적으로 개방형인 안드로이드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를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개방형인 안드로이드도 한계는 있다. 업그레이드는 물론 제조사별로 통일된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기가 까다로운 점이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고윤전 박사는 "형식상의 '개방 대 폐쇄'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 어떤 체제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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