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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폐쇄성 ‘웹 생태계’ 흔든다

애플 폐쇄성 ‘웹 생태계’ 흔든다

한겨레 | 입력 2010.05.17 19:40 | 수정 2010.05.17 22:00 |

[한겨레] 아이폰앱스토어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서비스로 세계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의 운영체제를 이용한 안드로이드폰 진영이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앱스토어 운영을 둘러싼 안팎의 갈등으로 '애플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정책 안맞는 '앱' 일방 삭제독단적 운영에 마찰 잇따라'앱 콘텐츠→모바일웹' 추세애플, 시장확대 한계 전망도

■ 애플, 국내 스트리밍 앱 삭제

아이폰용 실시간 음악듣기(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온 소리바다, 엠넷, 벅스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앱)이 지난 13일 석연찮은 이유로 애플의 온라인 장터인 앱스토어에서 일제히 사라졌다. 애플의 승인을 거쳐 반년 가까이 제공해온 서비스였다.

애플 쪽이 삭제 전날 이들 업체에 알려온 이유는 '한국의 이동전화 소액결제 방식이 애플의 규정과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엠넷의 앱은 소액결제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예스24, 맥스무비 등 아이폰에서 소액결제를 이용하는 다른 앱 제공업체들은 애플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않아, 해당 업체들은 원칙이 없는 삭제 기준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양정환 소리바다 사장은 "애플 본사 직원에게 삭제 이유를 물었으나 '잘 모른다. 지시를 따를 뿐'이라고 대답했다"며 "삭제 조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라라닷컴'을 인수한 애플이 직접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서려고 경쟁업체를 미리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초 모바일 광고업체 '콰트로'를 인수한 뒤에도, 위치기반 광고(사용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해서 전달하는 맞춤형 광고)를 하는 앱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힌 바 있다.

■ 미국에선 어도비와 '플래시 전쟁'

디지털그래픽 전문 소프트웨어회사인 어도비는 지난 13일 '우린 애플을 사랑한다'는 이색적인 전면광고를 < 뉴욕 타임스 > 등 미국 10개 신문에 일제히 실었다. 어도비가 개발한 '플래시' 기술은 웹에서 동영상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쓸 수 없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플래시는 프로그램 충돌을 일으키는 지저분한 기술로, 지원할 계획이 없다"며 "보안에 취약하고 배터리 소모도 많다"고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어도비는 광고로 반격한 셈이다. 어도비는 광고에서 "우리는 창조성, 혁신, 앱, 웹, 플래시 등을 사랑한다"며 "우리는 웹에서 무엇을 어떻게 창조하고 경험을 할지 선택할 자유를 빼앗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애플을 에둘러 공격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애플의 새 운영체제 개발자들이 어도비의 플래시와 자바스크립트 등을 못 쓰게 하고 애플의 도구만을 사용하도록 한 데 대해 반독점법 위반 조사 여부를 검토중이다.

■ 3년 뒤에는 '앱' 지고 '모바일웹' 뜬다

시장조사회사인 '에이비아이(ABI) 리서치'는 최근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앱 내려받기가 2013년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24억회에 이른 전세계 앱 내려받기 횟수가 2013년 70억회까지 올라간 뒤 꺾인다는 전망이다. 보고서가 내세운 이유는 두가지다. 모바일 전용 웹의 기능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며, 모바일 단말기 제조회사들과 통신서비스회사들은 앞으로 웬만한 앱들은 자체 제작해 기기에 내장한 채 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추세다. 아이폰용 앱을 제공해왔던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17일부터 앱의 콘텐츠를 모바일웹 형태로 개편한다. 이 회사 김성동 팀장은 "아이폰용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운영체제용 앱을 제각각 개발하기 힘들다"며 "상품 검색 등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뒤진 결과를 앱으로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모바일웹으로 처리하면 간편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2~3년 뒤면 현재 도입 단계인 새 웹문서규약(HTML5)의 기술표준이 확립되고 앱에서 제공하던 웬만한 기능이 지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종홍 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같이 제한된 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애플은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앱스토어를 통한 수익이 정체되면 애플은 기존 모델에 대해 더 통제할 것이기 때문에 업체와 갈등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자와 파트너업체들이 '독단적인 애플'에 등을 돌리고 '개방 진영'으로 기운다면 애플로선 심각해진다. 모바일웹 등 애플 바깥에는 현재 앱스토어처럼 명확한 수익모델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직은 애플 생태계가 견딜 수 있는 기반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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