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비스/전략

우리나라에도 '스티브 잡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스티브 잡스'가 필요하다

독창적 교육모형 개발로 창의적 인재 키워내야

2010년 01월 27일(수)

과학창의 칼럼 올해는 경인년, 호랑이의 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호시탐탐(虎視耽耽)과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 두 말 중에는 ‘호시’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데 이는 ‘호랑이가 먹이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본다’는 뜻이다.

현대는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이 변화와 혁신은 누군가 그냥 가져다주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변화를 만들고 혁신을 창출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혁신을 이끌어 갈 주인공들을 적극적으로 기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기이다.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 ‘아이팟’과 ‘스티브 잡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아이팟’이라는 소형 음향기기가 소개되었다. 이 기기는 나오자마자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인기를 ‘폭발적’이란 말로 형용하는 게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아이팟’에 이어 최근 ‘아이폰’이 출시되었다. ‘아이폰’역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세대들에게 엄청난 속도로 팔리고 있다.

▲ ‘애플’사의 사장인 ‘스티브 잡스’는 흰 와이셔츠에 멋진 슈트 대신 늘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 

이 두 가지 인기 상품이 모두 동일한 회사에서 출시되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이 둘은 모두 미국의 ‘애플’이라는 회사에서 개발 출시된 것이다. 전자제품 특히, 핸드폰 하면 그래도 우리의 삼성과 LG가 세계에서 2, 3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폰’이 출시되자 변화와 혁신에서 우리 회사들이 애플사에 한참 뒤지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애플’사의 사장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티브 잡스’다. 이 사람은 흰 와이셔츠에 멋진 슈트 대신 늘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 이 사람의 외모는 극도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미래 산업인 컴퓨터, 영화, 음악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는 컴퓨터 외에 영화와 음악 분야에서도 ‘아이폰’과 같은 기발한 무언가를 곧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영재교육진흥법’ 발효 8년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 이뤄

2002년 우리나라에서는‘영재교육진흥법’이 발효되었다. 지금부터 불과 8년 전의 일이다. 우리의 영재교육은 이제 겨우 8살 정도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고 있
다. 39개의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시·도별로 운영되는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에서 수많은 영재로 선발된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추진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도 남는다. 필자가 만난 한 외국기자에게 “한국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정말 맞는 말인것 같다.

창의적 인재 육성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와 아낌 없는 지원 필요

지난 8년간 우리의 영재교육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그러나 그 성장은 주로 양적인 면에 맞추어진 것이다. 특히 2010년까지 영재교육 대상자를 전체 학생의 1%로 확대하려는 데 주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을 담보할 때 의미가 있다.

영재교육은 출발부터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한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영재교육은 양적인 것보다 질적 수준의 확보와 유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꽃을 피우고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내용을 알아두고 지켜야 할 것이다.

▲ 세계를 선도할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려면 우리의 독창적인 교육모형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첫째, 창의적 인재들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과학 및 수학 분야 혹은 인문과 예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나라들은 창의적 인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들을 조기 발굴하여 지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후진국들은 대체로 이런 일을 게을리 한다. 사회든 가정이든 중요한 가치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와 가정이 나가게 될 방향이 결정된다.

하버드대학교 학생의 약 30%가 유태인이라고 한다. 미국 내에서도 유태인 가정들은 유독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기르는 데 관심이 많다. 이런 유태인에 버금가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우리 민족도 자녀를 교육하는 일에 있어서는 그 어떤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창의적 인재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영재교육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동참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영재교육 체제가 변화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재교육의 초점이 영재성(giftedness)에서 재능(talent)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력 중심의 영재성을 강조하여 이것을 찾는 데 맞춰졌던 영재교육은 이제 구체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능력인 재능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재성이 다소 막연하고 포괄적인 개념이라면, 재능은 구체적이며 실제 상황중심적인 능력이다. 따라서 최근의 경향은 이런 실제적 능력을 계발하는 방향으로 영재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변화와 추세를 감지하고 동반(同伴)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한국형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의 학문들은 아직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학문을 추종하는 일이 많다. 특히 아직 체계가 덜 잡힌 학문 분야가
더욱 그렇다. 학문으로서의 영재교육은 아직 기초를 잡고 있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학문으로서의 영재교육은 주로 미국 이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영재교육 분야가 학문적 창의성을 잃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문화와 교육적 상황은 한국의 것과 판이하게 달라 그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세계를 선도할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려면 우선 우리의 독창적인
교육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할 것이다.

2009년 <포천>지는 ‘스티브 잡스’를 ‘최근 10년간 최고의 CEO’로 선정했다. 창의적 인재의 모델인 스티브가 왜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창의적 공룡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신동 한국영재교육학회 회장

저작권자 2010.01.2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