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세미나/

폭증하는 가계빚… 정부-한은 ‘똑같은 처방’

 

국민일보 | 입력 2010.04.14 18:20 |

꾸준히 증가하는 가계부채의 수준과 해법에 대해 정부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똑같은 인식을 나타냈다. 심각하게 여길 정도는 아니며 대출규제와 금리 기간구조 변경 등 미시적 해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초저금리가 가계부채 급증의 토양이 되고 있으며, 미시적 접근법은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계부채 국제적 수준보다 과도"=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말 현재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658조원으로 1년 만에 32조8000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1조2000억원으로 95.1%에 이르렀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733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5조5000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국제적 수준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0.9%로 미국(97.1%) 영국(102.3%)보다 낮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0%(2007년 말 기준)을 웃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45.0%로 미국(126%) 일본(110%)보다 높다.

◇'저금리의 역습'=정부는 기준금리 상향 시 가계 이자부담의 증가를 특히 우려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은행권 기준으로 92%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장기·고정 금리로 유도하고, 대출 규제 등 미세조정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무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접근(기준금리 인상)과는 구별해서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가계부채 폭등의 주범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돈을 빌릴 때의 비용인 금리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서는 미시정책을 쓰더라도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득 4∼5분위(소득 수준에 따라 5개 계층으로 나눴을 때 상위 40%를 차지하는 고소득층)가 전체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적절한 이자 부담을 줘 부채를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금리 부작용이 가시화된다는 신호는 시중자금 단기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자금 단기화 비율은 지난 2월 19.00%를 기록했다. 단기화 현상이 다시 심해지는 것은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장기간 유지되면서 예금과 채권 금리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 goodnews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