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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범도 장군 외손녀 김알라씨

 

  • 연합뉴스
  • 입력 : 2010.04.14 10:15 / 수정 : 2010.04.14 10:28

일제 당시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의 주인공 여천(汝千) 홍범도(洪範圖) 장군이 1922년 구 소련의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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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할아버지 긍지 갖고 살았어요”
레닌에게서 받은 권총집 등 유품 공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일본놈들을 크게 무찌른 홍범도 할아버지의 자손이란 긍지를 갖고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프리모르스키 주) 중부도시인 스파스크 외곽 두봅스코예라는 작은 농촌마을에 살고 있는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의 주인공 여천(汝千) 홍범도(洪範圖)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69) 씨는 자신의 모친(홍윤식)으로부터 물려받은 홍 장군의 유품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13일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연합뉴스 기자에게 홍 장군이 1922년 구 소련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 일제를 물리친 공으로 레닌으로부터 직접 받은 권총집과 권총을 허리에 차고 찍은 홍 장군의 사진, 홍 장군이 지니고 다녔다는 헝겊으로 된 낡은 문서보관첩을 내보였다.

권총집은 나무로 된 것으로 길이 30㎝, 너비 4∼9㎝, 두께 4.5㎝ 크기로 권총은 없었고, 헝겊으로 된 문서보관첩은 가로.세로 10㎝×17㎝, 총길이 28㎝ 크기로 내부는 3개의 칸으로 구분돼 있다. 보관첩 공간을 구분하는 종이 칸막이에는 토지의 지번 등이 적힌 한자로 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또 홍 장군의 사진은 가로.세로 10×7㎝ 크기였다.

일제 당시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의 주인공 여천(汝千) 홍범도(洪範圖) 장군이 구 소련의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선물받은 권총집. 러시아 극동 연해주(프리모르스키 주) 중부도시인 스파스크 외곽 두봅스코예라는 작은 농촌마을에 살고 있는 홍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69) 씨는 13일 홍 장군의 유품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거친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김 씨는 “1986년 홍범도 장군의 셋째딸인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품으로 남긴 것으로 권총은 보지 못했다”며 “그동안 한국을 3번 방문했지만, 할아버지의 권총 찬 사진을 확대해 가져갔을 뿐 권총집 등은 이번에 처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할아버지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딸 셋을 낳아 키우시다 1937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됐다”며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해전인 1942년 태어났기 때문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어머니께서 늘 할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해주셔서 잘 알고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내가 전쟁터에 나가서 일본놈을 무찌르고 내 나라를 되찾겠다’고 카자흐스탄 당국에 요구했다”며 “그러나 누가 칠십 노인을 전쟁터에 보내겠느냐”면서 “1943년 돌아가시면서 ’평생 일본놈들에게 안 붙잡히고 제명에 죽을 수 있어 좋다’는 말씀을 하고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다리가 무척 길었다. 왼손으로 한번 치면 곰이 죽을 정도로 무척 장사였다. ’나는 홍범도, 뛰는 홍범도’라는 말을 어릴 적부터 많이 듣고 자랐다고 한다”고 회고했다.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태어난 김 씨는 어릴 적 부모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이주했다가 1960년 모친과 함께 러시아 연해주 스파스크로 돌아와 30여년 간 집단농장에서 일하다 은퇴, 지금은 연금생활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 등에 사는 홍 장군의 첫째와 둘째딸의 자녀들(4촌)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고 과거 우즈베키스탄에서 함께 이주해온 자신의 형제들(1남4녀)도 모두 세상을 떠나 외롭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김 씨는 오는 6월 고려인 돕기 단체의 후원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이번에 공개한 유품도 함께 가져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868년 평안북도 자성에서 태어난 홍범도 장군은 1907년부터 북한의 함경도 지방과 중국, 러시아 등지를 오가며 항일무장독립투쟁을 벌였고 1920년 6월과 9월 중국 만주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일본군을 공격, 대승을 거둔 대표적 독립운동가이다.

그는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강제 이주했다 1943년 76세로 사망했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일제 당시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의 주인공 여천(汝千) 홍범도(洪範圖) 장군이 1922년 구 소련의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선물받은 권총집을 차고 사진을 찍었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프리모르스키 주) 중부도시인 스파스크 외곽 두봅스코예라는 농촌마을에 살고 있는 홍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69) 씨는 13일 자신의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홍 장군의 권총집과 사진, 문서보관첨 등 유품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