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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

IT통합부처 고개들자 방통위 '술렁'

연합뉴스

  • 입력 : 2010.04.13 18:45

옛 정보통신부와 같은 IT 통합 부처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면서 직접 이해당사자인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통위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옛 정통부 부활론 발언에 대해서는 금기시될 정도로 몸을 사렸지만, 이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견해를 서슴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옛 정통부 부활을 꿈꾸는 방통위 공무원들의 ‘복심’이 본격 표출된 것은 지난달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제주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 발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최 위원장은 “정보통신부 해체는 사려깊지 못했다. IT 기능을 4개 부처로 쪼갠 것은 잘못된 조직개편이었다”고 말했다.

방통위 수장이 직접 정통부 해체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방통위 내 여론도 IT통합 부처의 필요성을 당연시 할 정도로 확산됐다.

더욱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 진흥 업무를 조정하면서 방송콘텐츠를 문화부로 넘기기로 방향이 잡히면서, 방통위 내부의 여론은 “이래서 IT 정책이 되겠냐”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쪽으로 급속도로 기울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 등 IT 진흥 기능을 나눠 가진 부처들의 IT 정책 드라이브도 자극이 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당국자들이 통신업체 임원들을 만나 각종 민관 합동 조직을 만들고 기업 관계자들을 행사에 초청하는 등 방통위의 안방을 넘나들고 있다.

특히 지경부는 사실상 거의 매일 IT 진흥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13일 지경부가 발표한 ‘IT.SW 규제개선 나선다’는 보도자료에 대해서 방통위가 비공식적으로 불판을 표출했다.

지경부는 ‘IT.SW 규제개선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산하에 6개 분과를 뒀는데, 이중 방송·통신 분과, 인터넷 분과, 정보보호 분과 등 대부분이 방통위 업무 영역이라는 것.

또한 지경부가 이 보도자료에서 IT융합을 가로막는 규제 사례로 들은 본인인증제, 공인인증서 등도 이미 방통위가 개선하기로 한 것이라며 “지경부가 왜 이리 도를 지나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방통위 측의 반응이다.

하지만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IT를 넘어 통신과 콘텐츠를 포괄하는 ICCT(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Contents Technology)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부처의 필요성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김 의장의 주장은 “옛 정보통신부의 단순한 부활을 말하는 게 아니다”며 ICCT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 기기와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로 이어지는 ICCT 생태계 복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의견은 방통위 대다수 공무원의 견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을 해야 하고 여기에 콘텐츠까지 얹어야 한다는 김 의장의 발언은 방통위가 중심이 돼 지경부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및 문화부의 콘텐츠까지 통합돼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방통위 공무원들은 우리나라 IT 재도약을 위해 IT 생태계를 총괄하는 부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PC회사에서 출발한 애플,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검색사이트인 구글이 직접 휴대전화를 내놓는 등 모든 기술과 콘텐츠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까지 합쳐지는 융합 혁명의 시대인데 한국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발 혁명으로 디바이스, 플랫폼, 서비스, 콘텐츠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대에 우리는 한국을 IT강국으로 이끈 정보통신부를 해체한 데 이어 각 기능을 더욱 세분하는 등 시대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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