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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오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오나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0.04.03 14:09 |

◆ 삼성생명 상장 5대 이슈 ◆

삼성의 경우 경영권 승계가 시작 단계다. 여기에 최근 이건희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로 후계구도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삼성생명 상장 또한 지배구조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실제 한 애널리스트는 이건희 회장의 일선 등장 배경에 대해 "삼성생명 상장 이후 소유구조 변화, 나아가 3세들의 재산상속이나 계열분리 등에 이 회장이 직접 나서야 될 일이 적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삼성그룹은 대표적인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요구가 있었지만,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게 평가돼왔다.

하지만 삼성생명 상장이 난관에 봉착해 있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산업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자사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25.6%) 중 20.4%를 2014년 4월까지 매각해야 한다. 그동안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적정가치를 산정하는 게 어려워 매각할 수 없었다.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삼성에버랜드의 가치가 산정되기 때문에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 순환출자 구조는 해소되지만 삼성에버랜드를 통한 그룹 지배력은 낮아질 수 있다. 오너 일가가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 삼성카드 보유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해올 수는 있지만, 비상장기업 거래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주식을 판다면 금융과 제조를 분리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삼성에버랜드가 금융과 제조를 동시에 보유하는 지주사로서의 역할론이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 후보로는 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리, 지주사인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그 아래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두는 구도가 가능하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각각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두 지주사를 합병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을 인적 분할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어떤 경우든 문제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금이다.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20% 이상(상장회사 기준)을 보유해야 한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하더라도 수조원가량의 돈이 들어간다.

삼성생명 상장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A애널리스트는 "금융지주사법에 따라 자회사 보유 제한 조치 적용이 5년 동안 유예되고 한 차례 2년 연장이 가능해 최대 7년까지 유예되므로, 당장 지배구조를 개편할 이유는 없다"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 이슈로 돌려질 것"이라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면서 금융과 전자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 측도 지난해 4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에는 약 20조원의 자금이 필요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0호(10.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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