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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교란 - 네이버 웹툰의 앱스토어 점령

시장교란 - 네이버 웹툰의 앱스토어 점령 소식_만화

1. 사실 네이버는 이미 무료 모바일 웹툰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휴대전화용 서비스를 하고 있긴 했습니다. 네이버 모바일이라고, 3-6-9를 누르며 모바일 인터넷을 누르면 접속해 들어갈 수 있는 화면을 통해 이것저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료였죠. 만화도.

그런데 이건 그냥 '휴대전화 전용 인터넷 포털'입니다. 다시 말해 모습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인터넷에서 웹툰 페이지를 찾아들어가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은 거죠. 접속해 들어가는 곳도 네이버 서비스 안쪽인 거고, Wi-Fi가 아니라 이동통신망을 이용하고 있어 그에 맞춰 서비스를 하고 있을 뿐. 성인물을 중심으로 유료 모바일 만화를 서비스하는 곳의 영역을 침범하진 않습니다. 찾는 층위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속도도 느리고 불편하고.

앞의 도움말은 이 모바일 서비스에 관한 도움말입니다. 현재도 저걸로 적혀 있습니다.


2. 네이버가 이번에 진출한 곳은 이와는 다른 '애플 앱스토어'입니다.

근데 이번에 네이버가 진출한 곳은 이와는 좀 다른 애플 앱스토어입니다. 애플 앱스토어는 얼마 전 개설 9개월 만에 10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응용 프로그램 공개 시장입니다. 앱(APP)은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앞글자를 딴 것이고, 앱스토어 하면 이렇듯 모바일 계열 어플리케이션들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 자체을 이야기하는 용어지만 그냥 쓰면 보통 '애플 앱스토어'를 뜻하죠. 그리고 여기서 사고 파는 '앱'들을 흔히 앱스(APPs)라고 합니다.

애플 앱스토어에 오르는 건 애플 아이폰(휴대전화 즉 모바일)과 아이팟(MP3 플레이어)에서 구동할 수 있는 게임, 일정관리, 시계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두 기기의 어플리케이션 구동 플랫폼은 같습니다. 국내에 아이폰이 제대로 들어와 있지 못한 고로 아이팟 터치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쩌면 이것도 페이크입니다. 아이팟 시장을 보고 있는 거겠습니까? 아이폰 시장을 보고 있는 거지.

개중 맛보기로 무료 전략을 쓰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건당 0.99달러로 책정되어 유료로 팝니다. 이 덕에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 팔아서 큰 돈을 번 사람의 사례도 나올 수 있고 한 거죠. 가격은 반드시 0.99달러일 필요는 없지만 홈쇼핑의 전매특허 가격이 된 '39800원' 같은 걸로 보시면 됩니다.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아이폰이나 아이팟에서 애플 앱스토어로 들어가 골라다 누르기만 하면 결제에서 설치까지가 그냥 진행됩니다.

다시 말해 애플 앱스토어는 애플의 휴대용 기기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앱스(= 프로그램, 또는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노출할 수 있는 콘텐트)를 간단하게 구입하여 설치,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공개시장(≠ 무료시장)입니다. 누구든 애플 기준으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선에서 앱스를 올려놓고 팔 수 있지요. 물론 애플이 3 정도 먹고 나머지를 갖고 장사를 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앱스토어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유료 시장이라는 거고, 본래 IT의 화두로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뷰어 프로그램을 통해 노출시킬 수 있는 작품 콘텐트도 오르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만화도 미국, 일본 쪽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앱스토어라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만은 아니겠으나, 애플 앱스토어가 주효했던 건 이게 애플 사 특유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로 전 세계에 걸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과 아이팟을 통해 구동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사람들이 직접 제작해 올려서 수익을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나눌 수 있다는 조건 때문입니다. 사용자층이 하드웨어적으로 확보된 상태에서,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장사가 가능하단 거였죠. 국내 이동통신사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플랫폼 하나를 뚝하니 만든 겁니다. 게다가 그 판의 크기가 말 그대로 전 세계 대상이고.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도 출판사가 아닌 작가, 또는 기획사 단위로 이러한 앱스토어를 통해 더 이상 대규모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출판시장과, 포털 3사(+1?) 말고는 돈 나올 곳이 없는 웹툰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들이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이지요. 좀 더 대놓고 말하자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새 시장으로 가려던 이들이 쳐다보고 있던 거의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콘텐트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기도 했거니와, 현 시점에서 SKT나 LGT와 같은 이동통신망이 독점하고 그 아래에 CP로 들어가 부당한 계약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던 구조를 피할 수 있을 거라 기대들을 했던 것이죠.

…….
이런 미개척지에다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네이버가 깃발을 꽂고 선언을 한 겁니다.

"이 바닥 만화도 우리가 접수한다. 애들 풀어라."


3. 시장 교란 우려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트 서비스들에서 CP들이 노예계약이네 뭐네 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는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콘텐트가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플랫폼을 틀어쥐고 있으니, 조건을 아무리 붙여도 넙죽 엎드릴 수밖에 없단 말이지요. 일반 웹 시장에서 콘텐트 CP들이 노예계약이네 뭐네 하는 이유도 간단합니다. 포털을 통하지 않고서는 노출도와 인지도를 얻을 수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지요.

웹2.0이 대두되며 가장 첫머리로 언급되는 게 플랫폼으로써의 웹(WEB as Platform)이지만, OS 플랫폼의 독점적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지 현 시점에선 웹이 플랫폼이 아니라 포털이 플랫폼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독특한 물건을 파는 쇼핑몰이 아닌 이상, 문화 콘텐트와 그 생산자가 웹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포털을 통해 인지도를 얻고 이를 통해 포털과 계약을 하든, 인지도에 따른 책 집필/기획 작업 등의 부가적 효과를 얻든 둘 중 하나가 됐습니다. 만화가 아니라도 지금 현재 웹에서 포털이 아닌 사이트로 무언가를 독립적으로 꾸린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높다는 차원을 넘어서 생각을 않는 편이 나은 것이 되어 있습니다. 이미 끝난 이야기를 더 끄집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현실이니까.

사람들이 애플 앱스토어를 비롯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콘텐트 오픈 마켓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까닭은 바로 그러한 '이동통신사'와 '포털'이라는 '돈줄'이 아니더라도 생산자 차원에서 직접 독자, 소비자를 만나고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하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9개월만에 10억 다운로드, 돈 버는 사람도 생겼다는 '선례'는 애플 앱스토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죠. 전체 시장 크기도 장난이 아니잖습니까? 단순계산으로 0.99 곱하기 10억 해 보십시오. 9억9천 달러란 말이에요. 자그마치 1조2천억여 원! 1년도 안 됐는데! 물론 0.99달러짜리가 아닌 것도 많으니 훨씬 크겠지만. 그러니 아이폰 국내 상륙과 같은 떡밥(……)에 가슴 두근대는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널려 있으니까, 쓰는 재미가 쏠쏠하단 말예요.

바로 그런 시장에다가 네이버가 자기네걸 공짜로 들이밀었습니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뷰어를 집어넣은 거죠. 근데 이 녀석을 내려받아 실행시키면, Wi-Fi 즉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곳에서라면 언제든 만화를 내려받습니다(다운로드). 그리고 30일 동안 보관을 합니다. 30일이 지나면 자동 삭제가 된답니다. 다시 받으면 그만이겠지만?

…….

자. 그럼 이런 관점으로 한 번 살펴 보지요. 웹 콘텐트에 접근한다는 측면으로 생각할 때, 웹을 열람(브라우즈)하는 방식을 하드웨어와 프로그램이 다르다고 달리 보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달라도 웹은 웹이고, 브라우저가 달라도 웹은 웹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풀브라우징으로 웹툰을 볼 때엔 그만큼 비용을 더 제시해야 한다고 하시던 곽백수 작가님의 말씀은 사실 무리가 있었어요. 그냥 그건 웹에 올려져있는 정보를 보는 관점에서 기기와 프로그램이 다를 뿐이니까요.

그러니 네이버가 만약 Wi-Fi를 통해 단순히 웹을 브라우즈하는 방식을 이용해 자사 웹툰을 편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공개한 거라고 하면 그건 웹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니까 뭐라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서버의 웹툰 자리로 단순히 이동해서 보여주는 거니까요. RSS처럼 처리하든지, 누르면 이동하는 형태로 해서 최신 연재분을 업데이트 하는 방식 정도면 더 괜찮았겠죠. 그런데 이건 다운로드까지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무료로요. 기기에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담아두고, 네이버에 접속하지 않아도 볼 수 있게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다운로드 서비스를 한다 할 때엔 웹과는 달리 패키지 형태로 해서 0.99달러를 책정하고 작가에게 그 수익을 돌리는 방식을 택했으면 좋았을 겁니다. 다른 앱스와 방식이 다르지도 않거니와, 작가들에게도 또 다른 수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툰의 또 다른 수익창구로 이야기할 아이템이 될 수도 있었겠죠. 아마 이 편이 앱스 시장이라고 하는, 애플 앱스토어 뿐 아니라 이후 다양하게 열릴 모바일 콘텐트 시장에서 다른 이들의 영역과 방식을 침범하지 않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었을 겁니다.

네이버도 이러한 방식이 불러올 여러 이야기들을 머리가 나쁜 이들이 아니니 당연히 알 겁니다. 오히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은 앞으로 몇 년 앞으로 PC를 중심으로 한 데스크톱 디바이스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거세게 불어닥칠 것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다음이 모바일 버전 지도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실시간 전방위 정보 서비스로 활용하기 위해 전초전으로 항공사진과 로드뷰 같은 녀석을을 죽자고 깔아놓은 것도, 네이버가 트위터와 비슷한 국산 마이크로블로그인 미투데이를 잡어먹은 것도 이를 대비한 포석이지요. 그런데 그런 포털 중 상위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걸까? 답은 어렵게 생각할 게 없습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선점전략입니다.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스들은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게임이 많고 일정 관리 도구라든지 등 업무용 프로그램들도 상당히 많지만 점차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뷰어만 탑재하면 뭐든 가능하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작가 개인 또는 기획집단 차원의 접근이 점쳐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왜 점쳐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냐면, 아직 아이폰과 아이팟이 국내에 아주 많이 보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앱스토어는 한국어 콘텐트로는 아직 임자 없는 빈 산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어떻게든 덤벼보겠다고 여러 작가 여러 업체들이 슬슬 입맛을 다시면서 손을 대고 있는 상황이었죠. 즉 큰 성과는 아직 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점차 시장이 형성되어가고 있던 도중이었던 거예요.

바로 그런 판에 국내 인터넷 최강자인 네이버가 무료정책과 물량공세로 뛰어든 겁니다. 유료로 해도 매출 면에서 네이버 웹툰란 광고 매출보다 클 리도 없을 거고 무료인 이상 돈 나올 데도 없는데다 웹브라우저 방식도 아니어서 웹페이지 광고 매출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방식을 굳이 들고 들어온 이유는 아이팟 그리고 정확히는 아직 미미하지만 앞으로 분명 대세를 이룰 '아이폰을 위시한 스마트폰'에서의 만화 콘텐트 시장을 네이버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미리 그리고 확실하게 각인을 시키는 겁니다. 너희는 돈 낼 필요 없다. 우리가 재밌는 것을 무료로 보여주겠다. 이건 외부를 향한 이야기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이거죠. 모바일 쪽에서도 네이버의 방식으로만, 네이버를 통해서만 만화를 내보낼 수 있다.

굳이 왕년의 라이코스 코리아 광고 문구인 "너 아직도 돈 주고 만화 보니?"를 떠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털의 방식 말고는 답이 나오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고 있던 이들로서는 지금 이 상황은 말 그대로 ×됐다…쯤 되겠습니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 가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지금 상황을 비유하자면, G마켓에 이마트가 들어간 셈입니다. 입점 기념으로 상품권을 공개적으로 뿌려가면서요. 사람들이야 좋아하겠지만 시장은 결과적으로 엉망진창으로 망가질 겁니다. 도서 대여점 때가 그랬고, P2P 때가 그러했듯이.

이건 정말, '공정 경쟁'이 아닙니다.


4. 작가들의 문제

현재 나오고 있는 이야기에 따르면 작가들은 네이버 웹툰 고료를 산정할 때 모바일 저작권료가 포함된다고 합니다. 작가가 원할 경우 고료에서 모바일 저작권료를 빼고 모바일관련 계약 부분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고료가 아쉬운 이들로서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겠거니와, 앱스토어 시장과 모바일 시장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작가들로서는 지금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를 모르고 있을 공산도 큽니다.

하지만 작가들은 '스크롤만화'라는 웹툰만이 만화의 전부가 아니거니와 좀 더 다양한 형식의 만화들이 수익을 직접 낼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세간의 기대를 자기 손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웹이 포털에 종속돼 있다는 현실 자체를 부정할 순 없을지언정, 모바일은 또 다른 무대고 시장입니다. 그곳을 통해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시작부터 사라지게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겁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공짜면 좋지.

누구 말마따나 도의적으로는 말이 나올 수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 시점에선 다른 누구보다도 네이버에 연재하는 작가분들이 이게 왜 문제인지를 인식하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웹툰 작가 여러분. 지금까지 그래왔듯, 2차 저작권 사업은 직접 관리하고 꾸리십시오. 네이버에 귀속시키고 돈을 조금 더 받는 게 편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는 애플 앱스토어를 비롯해 이후 열릴 모바일 앱스 마켓에서도 네이버가 제시하는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됨은 물론 네이버가 아닌 다른 매체 다른 사이트 연재 작가들에게도 다른 방법을 찾을 기회를 빼앗는 게 될 겁니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되겠지만, 네이버 연재작가가 되지 않는 한 만화가를 할 수 없는 미래가 올 수 있는 상황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옳다고 생각하시는지요?


5.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염려스러운 건 이 사안이 '공짜니까 좋은 소비자' 대 '대가를 챙겨야 하는 작가/만화계'의 구도로 비쳐지는 것이고, 업체가 그리 조장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가다간 이야기가 산으로 가다가 결국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