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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닮고 싶어… 20代 땐 잠도 아까웠다"

"다빈치 닮고 싶어… 20代 땐 잠도 아까웠다"

  • 김은정 기자
  • 입력 : 2011.12.29 03:05 | 수정 : 2011.12.29 03:27

    [타임誌 선정 올해의 앱 '인투나우' 디자이너 앨버트 송]
    대학시절 별명 '눈이 부은 송'
    공학 전공하다 미술에 빠지자 아버지 "가슴이 시키는일 해라"
    유학 후 대기업 뿌리치고 중소기업 들어가 게임 디자인
    1년 뒤 유튜브서 "행사 좀…", 3년 뒤엔 MS서 "강의 좀…"

    27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만난 앨버트 송씨는 인터뷰 내내 IT 기기를 손에서 떼지 않았다. 세계적인 앱 디자이너인 송씨의 안경에 아이패드 화면이 반사돼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미술대학을 다니던 시절 제 별명은 '눈이 부은 송(swollen Song)'이었어요. 잠이 모자라 늘 눈이 부어 있었거든요."

    스마트폰 등으로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앨버트 송(35·한국명 송재훈)씨는 대학 시절 별명을 말하면서 "치열했던 20대를 기억나게 하는 별명이라 애착이 간다"고 했다.

    27일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라 언뜻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 평생 같이 지내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미혼이라는 그는 짧은 머리였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동양적 분위기를 풍기는 하얀색 굵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저를 멋있게 디자인한 겁니다. 어때요?"

    그는 인터뷰 내내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노트북, 킨들(kindle·전자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최신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의 창의력을 닮고 싶어요." 그는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6월 야후 미국 본사의 사용자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디렉터로 발탁돼 명성을 쌓았다. 사용자경험디자인이란 사용자의 경험과 사용 패턴, 감성을 분석해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찾는 것이다.

    송씨가 디자인한 앱 '인투나우(IntoNow)'는 이달 초 미국 타임지(誌)가 선정한 2011년 가장 인기 있었던 앱 톱(Top) 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1월에 출시돼 1개월여 만에 1000만명이 다운받았다. 감각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경쟁업체들을 제쳤다. 인투나우는 애플 앱스토어의 '2011년 가장 인기 있었던 앱, 소셜 네트워킹 부문 톱 5'에 선정되기도 했다.

    앨버트 송(사진 왼쪽)과 애플리케이션 '인투나우'. /왼쪽 사진=이준헌 객원기자

    그의 아버지는 송성진 전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 외삼촌은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몬트에서 태어난 송씨는 초등학교 6학년~고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는 캐나다 밴쿠버의 앨버타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때 전공을 바꿔 '에밀리 카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공학 공부를 하다 머리를 식히려고 수강한 미술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송씨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미술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도 있었고요"라고 말했다. 교육자 집안의 '돌연변이'였던 셈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선택을 격려했다. "아버지는 '나는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너도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라.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송씨가 2003년 졸업작품으로 만든 2분짜리 3D 애니메이션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캐나다 CBC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귀국해서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직원 20여명의 중소 게임개발업체에서 월급 150여만원을 받고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때 그 회사가 개발 중이던 게임 작업에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

    그는 1년 후 소프트웨어회사 '이노티브'의 디자인팀으로 자리를 옮겨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한국 진출 행사를 맡았고, 명품 루이비통 VIP룸에 설치된 100인치 터치스크린 등을 디자인했다. 지난 2008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콘퍼런스에 초청받아 500여명의 개발자들 앞에서 20여분간 디자인 노하우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기대하세요. 내년에는 더 새로운 앱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 겁니다."

    ☞애플리케이션 '인투나우'

    영화나 TV를 보다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인투나우 앱을 실행시키면 등장인물의 대화나 배경음악 등을 분석해서 자동으로 영화 제목, 관련 정보, 네티즌들의 평가 등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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