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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있는 ‘명품인재’ 양성 시급

창의성 있는 ‘명품인재’ 양성 시급

기로에 선 한국의 주력 IT 산업 (하)

2011년 08월 25일(목)

 > 과학·기술 > 응용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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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체들 간의 기술특허를 둘러싼 충돌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22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이 인수 중인 모토로라 모빌러티(Motorola Mobility)를 특허침해 혐의로 미국 통상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제소 내용은 모토로라가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MS의 특허 7건을 위반했다는 것. 22일 워싱톤 ITC에서 시작된 소송에서 MS는 모토로라가 MS의 고유 기술을 침해하고 있다며, 모토롤라 폰 수입을 정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업인 MS의 모토로라 제소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IT업계에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 IT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공룡들 간의 특허전쟁이 업계 분위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IT 전문인력 양성

지금까지 한국은 누가 뭐래도 IT 강국이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던 IT기업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산업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의 고민은 한국에 과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사업을 융합한 애플, 구글·모토로라와 같은 기업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강점인 하드웨어 경쟁력만 갖고는 한국을 대표하는 IT업체들이 한 순간 외국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지금의 기업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도 대안 마련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23일 'IT·SW 정책협의회'를 열고 국가정보화 수발주제도 개선방안 등 20개 소프트웨어 개선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협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식경제부가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OS를 만들자는 안,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을 전담하게 될 국책연구기관을 설립하자는 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견해가 도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전문 인력양성이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던 벤처기업들이 기를 못 펴면서 인력양성 역시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교육에서도 큰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 소프트웨어 영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 문화·예술과 자연과학·공학이 융합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 측의 판단이다. 

MIT 미디어랩처럼 명품인재들 양성해야

삼성경제연구소 오동현 수석연구원은 1985년 설립된 MIT 미디어랩, 1998년 설립된 카네기멜론대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를 예로 들었다. 

▲ IT 경쟁력을 위해 한국에도 MIT 미디어랩과 같은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새로 짓기 시작한 MIT 미디어랩 조감도(자료, MIT 홈페이지) 

MIT 미디어랩은 다양한 전공 분야 인재들이 모여 혁신적인 콘셉트를 개발해 기업에게 미래 신사업의 영감을 불어넣는 싱크탱크다. 300여명의 인재들은 매년 300억 원의 연구예산을 집행하면서 새로운 발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 호주, 멕시코,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벌 석사과정 ETC는 전산·미술·음악·영화 등 다양한 전공지식을 갖춘 학생들이 모여 강의가 아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팀별로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 핀란드 등 세계 IT 강국들은 이런 교육 시스템을 통해 뛰어난 인재들을 양성해왔으며, 지금 새로운 IT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오연구원은 한국에서도 과학영재학교 등을 연계해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하고, 소프트웨어의 ‘명품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국민 모두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사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다. 지금 한국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취약한데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R&D 투자도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는 곧 고급 인력의 소프트웨어 산업 취업 기피, 대학의 소프트웨어 관련학과 정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주요 대학의 전산학과·컴퓨터공학과·소프트웨어공학과 등 소프트웨어 관련학과 정원은 2000년 120~130명 수준에서 2009년 30~7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인력시장에서도 인력부족이 심화되고 있는데, 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폐쇄적인 분위기 역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공룡기업들 간의 M&A 사태는 기업을 개방해 기업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IT 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분위기는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는 것.

지금 세계 IT업계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하나의 강자를 남겨놓고 모든 기업들이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IT산업은 미래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결단이 필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산·학·연 간의 협의를 통한 총체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8.2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