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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Contents Technology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IT 핵전쟁 예고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IT 핵전쟁 예고

기로에 선 한국의 주력 IT 산업 (상)

2011년 08월 22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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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지 비즈니스위크와 포브스에 따르면 2011년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석유회사 액슨 모빌이다. 이 선두기업을 애플(Apple)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데, 올해 시가총액이 3천243억 달러로 액슨모빌(EssonMobile) 4천72억 달러와 800억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록 한 때지만 지난 8월10일(한국 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애플 시가총액이 액슨모빌을 넘어선 때도 있었다. 갑자기 시가총액 판도가 바뀐 것은 미국·유럽발 금융불안 때문이었다. 환율과 주식시세가 요동을 치면서 80달러 이상 유지하던 엑슨모빌 주가 크게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애플의 하락 폭이 낮았고, 몇 시간 동안이지만 애플이 가장 비싼 기업에 등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계 언론들이 이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던 것은 어느 때고 애플이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 

특허를 쓸어 담는 세계 공룡 IT기업들 

지금처럼 애플이 잘 나갈 경우 애플의 선두 등극은 시간문제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데, 애플의 이런 분위기를 잡치게 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Google)이다. 

▲ 모토롤라를 인수한 구글이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안드로이드폰 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포브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1년 시가총액은 1천858억 달러로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은 시가총액 순위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지만 호시탐탐 애플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 15일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를 125억 달러에 전격 인수한 것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큰 재미를 보고 있는 애플을 겨냥한 승부수라는 것이 IT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휴대폰 운영체계를 만든 검색회사에서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하드웨어 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비롯 어떤 회사와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구글은 모토롤라 인수로 1만7천개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향후 7천 개의 특허를 추가 확보할 전망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핏츠(Brian Pitz)는 IT업계의 최근 분위기를 핵무기 확장경쟁에 비유하고 있다. IT 공룡들 간에 핵무기가 아닌 기업 사활을 건 특허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기 이전에도 공룡들은 곳곳에서 특허를 쓸어담고 있었다. 애플과 MS는 컨소시엄을 만든 후 금융위기로 파산 노텔(Notel)로부터 특허 6천 개를 사들였다. 이에 위협을 느낀 구글도 특허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IBM으로부터 약 1천 건의 특허를 사들였고, 하드웨어 회사인 모토롤라를 통째로 인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적인 핵전쟁(?)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전쟁을 예고하는 조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2010년 3월 애플은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생산하는 대만의 HTC를 특허 침해로 미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제소한 바 있다. HTC도 8월초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을 통해 자사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애플 측을 ITC에 제소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OECD국가 중 14위

국내 업체인 삼성과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월 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며, ITC에 미국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제소를 요청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말 애플을 ITC에 제소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지난 4월에는 애플이 특허권 침해라며 미 법원에 삼성을 제소했다.

1990년대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정보화 사회를 구축해온 IT업계가 이처럼 각박한 상황으로 변화한 것은 최근 경영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이 시가총액 1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이 포함된 사업서비스 업종 기업의 경우 56개에서 19개로 3분의 2가 감소했다.

통신서비스가 83개에서 47개로, 방송이 60개에서 25개로, IT장비가 59개에서 36개로, 반도체가 36개에서 18개로, 소프트웨어가 39개에서 21개로 급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 중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것도 IT 기업들이었다. 2000년 9개였던 IT장비 기업이 2011년 1개로 감소했다. 그나마 존재하는 1개 기업도 시가총액 30위에 새롭게 진입한 애플뿐이었다. 

2011년 애플은 시가총액 기준 2위를 기록하여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소트프웨어 기업으로 분류된 구글도 새롭게 등장했다. 2000년 IT장비 업종에 속했던 IBM이 2011년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IBM을 제외하면 2000년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에 속했던 IT기업은 모두 탈락했다. 

지난 10년간 IT 산업의 판도가 매우 크게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IT업계의 현실이 더욱 각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와중에 한국 경제의 IT 의존율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산업이 핵전쟁에 비유되고 있는 특허전쟁을 앞두고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9국 중 14위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산업규모(213억 달러), R&D 투자액(25억 달러), 효율성(63점) 등에서 모두 중간 이하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활용도 지수에서 선진국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안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8.2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