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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열정과 몰입에서 온다 스탠포드 공과대학 디자인연구소 방문기

창의성은 열정과 몰입에서 온다 스탠포드 공과대학 디자인연구소 방문기 2010년 11월 09일(화)

과학창의 칼럼 미국대학의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협의회 연차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중에 잠시 스탠포드 공대를 방문하게 됐다. 디자인 연구소라 해서 패션디자인을 연상하면서 가볍게 생각하고 들른 곳이지만, 그곳이 바로 스탠포드 공대의 창의성의 산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디자인 연구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탠포드 공과대학을 먼저 알아야 한다.

스탠포드 공과대학의 이모저모

스탠포드 공과대학(School of Engineering)의 교무담당 선임부학장인 프랭크 커티스(Frank Curtis) 교수가 공과대학 현황을 브리핑해 줬다.


스탠포드 공대는 약 700명의 학부생과 약 3천300명의 석박사과정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전형적인 연구중심대학이었다. MIT에 이어 미국 내 순위로는 두번째 공과대학임을 설명하면서,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MIT보다 더 나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MIT는 오로지 공과대학뿐이지만, 스탠포드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최강의 연구와 교육을 자랑하고 있어서 21세기 가장 좋은 융복합의 기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학을 인문사회과학과 접목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프랑크 커티스 교수는 공대 건물에 대한 캠퍼스 투어일정을 함께 했다. 특히 최근 신축한 공과대학 본부건물을 일일이 안내해 줬다. 이 건물은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돼 열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햇빛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사무실과 강의실에 전구를 사용하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그는 미리 약속해 둔 디자인 연구소(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로 우리를 안내했다.

창의성의 산실, 스탠포드 대학교 디자인 연구소

스탠포드 대학교 디자인 연구소는 스탠포드 공과대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공학이 실생활에 창의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디자인개념에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세 사람의 사상이 결집돼 있다. 독일 IBM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후일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의 설립자 하쏘 플래터(Hasso Plattner),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 설립자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 기계공학 전공자이면서 진보적 사상가였던 버나드 로스(Bernard Roth)교수이다.

하쏘 플래터의 개인적인 기부 3천5백만 달러에 의해 2005년에 세워진 이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공과대학의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널리 가르치고, 그런 사고의 원리들을 실생활에 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자인 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참으로 귀중한 경험이었다. 이 연구소의 운영철학과 방식은 한양대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연구소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어떤 장애도 없이 구현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한양대 아너스 프로그램에서는 지금 아너스 랩(Honors Lab)이라는 개념을 구상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어떤 주제이든, 어디서든, 그리고 어떤 사람이든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연구소는 인상적이었다. 모든 사고의 출발점이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수질개선 문제에서부터 난민 아기들을 잘 감싸기 위한 보자기 설계까지……. 이런 사고의 근저에는 스탠포드 근처 팔로 알토(Palo Alto)에 세운 디자인 회사 IDEO의 데이비드 켈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인간적 요소, 기계공학적 요소, 전기공학적 요소, 소프트웨어적 요소, 사업적 요소, 환경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구, 사무용품, 장난감, 사무실, 소비용품, 약품, 자동차 등을 디자인함으로써 디자인 개념을 혁신시킨 사람이었다. 그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할 수 있다는 정신이 무장된’인물인데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혁신의 정신을 심어주고 있으며, 현재 이 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를 안내해 준 사람은 버나드 로스 교수였다. 젊은 시절 월남전 반대운동을 했고 샌프란시스코 주변에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어느 날 진정한 교육자로 거듭났다. 그는 ‘창의성 워크샵(Creativity Workshop)’ 개념을 개발해 온 장본인이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타고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하는 이 연구소의 실질적인 교육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출생연도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출장에서 우리가 만난 인사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을 섬김으로써 지속적인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로 하여금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연구소 내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남은 생애를 쏟으려는 듯 했다.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한계를 넘어서려는 열정과 몰입에서 온다. 희망의 철학자 블로흐(Ernst Bloch)가 “사고(思考)는 경계를 넘는 행위”(Denken heisst Beschreiten!)라고 했던가? 스탠포드 디자인 연구소를 세우고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게 살았고,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공 월간 과학창의 |

최동석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저작권자 2010.11.0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