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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Contents Technology

미니어처 스타워즈에서 3D 아바타까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윤활유, CG의 세계

미니어처 스타워즈에서 3D 아바타까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윤활유, CG의 세계 2010년 10월 29일(금)

그린하우스의 영향으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주요 도시들은 물에 잠긴다. 지구상의 천연자원이 고갈돼 가는 먼 미래, 인류는 밥을 먹지 않고 자원을 많이 소모하지 않는 로봇에서 해법을 찾는다. 로봇공학의 마지막 관문인 감정 있는 로봇 ‘데이비드’가 탄생하고 스윈튼 부부 가족에게 실험 케이스로 입양된다. 하지만 불치병에 걸려 냉동치료를 받던 스윈튼 부부의 아들 마틴이 퇴원하면서 데이비드는 가족에게 버림받게 된다.

‘20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거장 스탠릭 큐브릭은 83년부터 영화 A.I 제작을 구상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상상력의 세계를 영화로 만들기 부족하다고 판단, 제작을 줄곧 미뤘다. 이후 큐브릭은 쥬라기 시대의 공룡을 스크린으로 옮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고 “이제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결심한다. 안타깝게도 큐브릭 감독이 99년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타계하면서 스필버그 감독이 그 바톤을 이어 받아 영화 A.I를 완성한다.

큐브릭의 로봇 데이비드, 스필버그의 T-렉스 공룡, CG로 현실화

감정이 있는 로봇 데이비드가 등장하는 미래 사회, 스필버그가 묘사하고자 했던 공룡 T 렉스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CG(컴퓨터 그래픽) 기술 덕분이다. CG는 감독의 창의력을 보다 현실감 있게 관객에게 불어넣게 해주는 윤활유와 같은 존재이다.

이런 CG기술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조지 루카스 감독이다. 전 세계 SF영화 기술의 역사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평생을 CG 기술에 천착했다. 루카스의 CG에 대한 염원은 그가 설립한 ILM(Industrial Light & Magic)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75년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의 우주공간을 그리기 위해 ILM을 만들었다. ILM의 첫 작품 스타워즈 1편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듯이 CG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 아니다. 이 당시 기술을 모션 컨트롤 포토라고 부른다. 우주비행선의 전투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진은 우주비행선 미니어처를 만들었다.

▲ 스타워즈 1편은 우주비행선을 미니어처로 제작, 모션 컨트롤 시스템을 이용해 촬영했다 

이 미니어처를 현재 날씨 예보에 등장하는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하면서 특수시각 효과를 위해 모션 컨트롤 카메라라는 시스템을 이용했다. ‘모션 컨트롤 카메라’는 크레인에 카메라를 부착시킨 뒤, 달리 트랙이라는 트랙 위에 크레인을 설치, 트랙을 타고 촬영하는 기법이다. 현재는 일반적인 촬영 기법이지만 당시로써는 혁명과도 같은 기술이어서 77년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88년 윌로우, 기념비적 모핑 기술 첫 선

80년대 들어 ILM은 본격적으로 CG를 영화제작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1985년 ‘젊은 셜록 홈즈’에서 세계최초로 100% CG 캐릭터 스테인드글라스맨이 등장했다. 1988년 ‘윌로우’에서는 CG사상 기념비적인 기술인 모핑(Morphing)기술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모핑은 컷 없이 한 화면에서 객체의 변형이 이뤄지는 기술을 일컫는다. 환타지 영화 윌로우에서는 자유자재로 모습이 변하는 마법사가 이에 해당한다. 모핑기술은 모프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모프라는 명칭은 곤충의 변태를 의미하는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에서 따왔다.
 
▲ 윌로우에서 첫 선을 보인 모핑기술은 이후 터미네이터2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988년 캐디샥2 작품을 제작하면서 ILM은 코닥과 함께 디지털 필름스캐너를 개발했다. 디지털 필름스캐너는 명칭 그대로 촬영한 필름을 디지털로 스캔해 컴퓨터로 작업하고 CG작업을 다시 필름으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필름으로 되돌릴 때 발생하는 손실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198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어비스(심연)에서는 세계 최초로 3차원 CG 캐릭터 ‘psudopod’이 등장했다. 어비스에 등장한 이 기술은 이후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카메론 감독의 91년 터미네이터2에서 T-1000은 CG캐릭터로는 처음으로 주연으로 출연했다.

96년 쥬라기 공원,  CG의 신기원 평가

92년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는 최초로 인간의 피부를 CG로 재생했다. 96년 드디어 CG기술의 신기원이라고 평가받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 탄생했다. 쥬라기 공원은 죽어야 사는 여자의 인간 피부가 아닌 100% 피부, 뼈, 근육을 가진 공룡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 기술은 영화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와 이후 스토리텔링 전반에 혁신을 불러왔다.
 
95년 ‘주만지’에 등장하는 코끼리, 얼룩말 등 각종 동물들은 머리카락 한 톨까지 CG로 그려낼 정도로 섬세하게 진화했다. 같은 해 캐스퍼에서 유령 캐스퍼는 최초로 합성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이 6분 동안 소리는 내던 것과 비교해 캐스퍼는 40분이 넘게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연출했다.

숀 코너리가 드래곤 목소리 더빙에 참여한 96년 ‘드래곤하트’는 인간의 얼굴과 피부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드는 facial animation 기법이 도입됐다. 99년 미이라에서는 보다 인간에 근접한 디지털 캐릭터 미이라가 등장했다.

2001년 ‘진주만’에서는 2차대전 당시 진주만 폭격을 현실감있게 묘사하기 위해 Ambient Occulsion이란 기법을 이용해 진주만을 그려냈다. 이 기법은 그림자와 빛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실감 있고 효과적인 조명효과를 가능하게 한다.

2001년 ‘A.I’에서는 가상공간에서 카메라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는 리얼타임 시각효과 기법을 적용했다. 2003년 헐크에서는 피부 속 근육 등을 반투명하게 묘사하는 서브서피스 스캐터링(sugsurface scattering) 기술을 통해 헐크의 근육을 정밀하게 그려냈다.

06년 캐리비언의 해적-망자의 함, Imocap 모션 캡처 혁신

06년 ‘캐리비언의 해적’ 2편에서는 Imocap(Image-based performance capture system)이라고 불리는 혁신적인 모션 캡처 기법이 사용됐다. 기존의 모션캡처는 전용 스테이지에서 모션캡처 전문배우가 따로 연기를 해서 모션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이었다. Imocap은 배우가 일반 세트에서 데이터 슈트를 입거나 착용하고 연기를 하면 라이브액션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모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모셥 캡처의 신기원으로 평가받는 이모캡은 문어선장의 턱수염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07년 ‘캐리비언의 해적’ 3편에서는 실감하는 바다 전투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Fluid Simulation기법이 도입됐다. 망망대해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파도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한 방울의 물보라, 물거품 등 세밀한 특수효과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ILM은 Zeno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08년 ‘스파이더워크가의 비밀’에서는 사람의 골격에 기반한 Fez Animation 기술이 개발됐다. 드래곤하트에 등장한 Facial Animaition이 얼굴을 묘사한 기술이었다면 Fez Animation 기술은 이를 몸 전체로 확장한 기법이다.

28억 달러 흥행 신기록 아바타, 카메론의 창의력과 ILM의 CG기술 집약

전 세계적으로 약 28억 달러라는 경이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역대 No.1 흥행작 ‘아바타’는 카메론 감독의 상상력과 ILM의 기술력이 빚어낸 최고의 SF블록버스터이다. 그간 ILM의 모든 CG기술이 집약된 아바타 속 캐릭터들은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강렬한 햇빛이 비칠 때는 핏줄이 살짝 비치는듯한 반투명 피부로 표현됐으며 표정과 근육의 움직임이 세밀하게 묘사돼 마치 실존하는 생명체를 보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1977년 스타워즈1 이래 근 300여 편의 작품에 참여해온 ILM은 역대 흥행성적 15위권 영화의 10편, 탑 50영화 가운데 절반의 제작에 참여했다.

국가대표, KISTI 수퍼컴 ‘피카소’ 활용, ETRI 국내 CG 기술 메카

국내의 경우에도 독자적인 CG기술이 활발히 영화 제작에 적용되고 있다. 영화 ‘국가대표’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는 점프대 활강 장면이다. 이 장면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로 제작됐다. 점프대 활강 장면에 사용된 슈퍼컴퓨는 KISTI가 자체 설계, 구축한 세계 5위급 그래픽스 전용 슈퍼컴퓨터로 별명이 ‘피카소’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1990년대부터 CG기술을 이용, 영화제작에 참여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대규모 군중을 만드는 데 ETRI의 기술이 이용됐다. 3차원 가상의 엑스트라로 만들어낸 군중 피난장면, 중공군과의 전투 장면 등에 활용됐다.

영화 ‘중천’에서는 실제 영화배우를 대신할 가상 영화배우 디지털 액터 기술이 선보였다. 실물과 똑같은 얼굴과 액션 장면을 CG를 통해 그려낸 것이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는 배우의 얼굴을 3차원 스캐너로 촬영한 뒤 전문 피아니스트의 연주 모습에 얼굴 부분만 붙여 엄정화가 실제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10.2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