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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李대통령이라면…" 퍼거슨의 G20 훈수는

"내가 李대통령이라면…" 퍼거슨의 G20 훈수는
위안화 문제, 중국 직접 겨냥한 압력은 惡手
美ㆍ中 편들지 말고 선진국 vs 신흥국 구도로
인도ㆍ브라질 등과 공조 환율문제 대처해야
기사입력 2010.10.25 16:51:25 | 최종수정 2010.10.25 19:16:3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제11회 세계지식포럼 리뷰 / 특별대담 ⑧ ◆


니얼 퍼거슨 하버드大 교수 & 김세형 매일경제 논설실장

"최근 통화문제를 미국과 중국 양자 간 이슈로 몰고가선 안된다. 국제적 공조를 통한 다자간 협력으로 통화전쟁을 해결해야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세계적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과 대담을 갖고 "내가 만약 한국 정책 입안자라면 미국 중국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선진국 대 신흥경제국 구도를 만들 것"이라며 "한국이 인도 브라질 등 G20 회원국과 공조를 통해 환율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주요 대담 내용이다.

▶김세형 매일경제 논설실장=최근 전 세계 국가들의 자국 수출업체 보호를 위한 환율 개입이 1930년 미국의 스무트 홀리(Smoot-Hawleyㆍ대공황 당시 2만여 개의 수입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법) 법을 연상시킨다. 미ㆍ중 간 통화전쟁이 평화적으로 종결될 수 있을까.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통화전쟁은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외 다른 나라 간에도 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너도나도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건 국제무역에 해가 된다. 통화전쟁은 양자 간 토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제적 공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G20 서울회의에서 평화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실장=한ㆍ중 교역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지정학적으로 `이웃`이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퍼거슨 교수=한국ㆍ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 변동성이 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2의 플라자 합의가 없다면 이들 국가는 유출입 자본을 통제해야 할 입장에 처할 수 있다. 통화전쟁 그리고 이에 따른 무역분쟁이 확대될 경우 중국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모리츠 슐라리크 교수와 함께 저술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이 수출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위안화 평가 절하 때문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 덕분이었다. 위안화 문제에 대해 G20 의장국인 한국이 중국을 직접 겨냥해 압력을 가하게 되면 중국은 자국 입장을 바꾸지 않고 버틸 것이다. 내가 만약 한국 정책 입안자라면 미국 중국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선진국 대 신흥국 구도를 만들 것이다. 한국이 인도 브라질 등 G20 회원국 간 공조를 통해 환율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김 실장=당신은 `차이메리카`라는 조어를 만들어냈다. 중국이 미국에서 흑자를 낸 만큼 미 국채를 사서 적자를 보전하는 상호 파트너십이 강조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현재는 파트너가 아니라 견원지간처럼 싸우고 있다. 차이메리카란 조어를 수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

▶퍼거슨 교수=부부도 한쪽은 돈을 모으는데 다른 한쪽은 펑펑 쓰기만 하면 이혼할 지경에 이른다.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 중국은 이혼 조짐이 보인다. 양국 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전쟁수준까지 악화되진 않을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따져보면 명백한 전쟁 가능성이 있는 곳은 바로 중동이다. 이란 등의 핵정책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주도권이 넘어갈 때 충돌이 생긴다. 과거처럼 포탄 전함 등이 오가는 물리적 전쟁보단 기술 바이러스 등을 통한 전쟁으로 그 양상이 바뀔 것이다.

▶김 실장=아시아는 역내 국가들이 너무 다양해서 통합이 어렵단 지적이 있다. 아시아 모든 국가 통합이 어렵다면 인도에서 극동에 이르는 지역만이라도 유럽연합(EU)처럼 `원아시아`를 구축할 수 있을까.

▶퍼거슨 교수=아시아 통합 문제는 유럽과 비교해야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유럽은 18세기부터 유럽통합의 꿈을 키워왔다. 1920년에도 관련 움직임이 있었지만 당시 발흥하는 국수주의로 실패했다. 2차대전 때 소련 대 서유럽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통합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아시아 쪽은 갈 길이 훨씬 멀다. 각국이 동의하기 쉽고 이미 제도화돼 있는 무역 분야부터 통합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은 원아시아를 이야기하기 전에 원코리아(One Korea)부터 고민해야 한다. 내 생각에 북한 정권이 마지막 10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김 실장=북한은 김정은을 내세워 3대째 세습을 진행 중이다. 한국민은 막대한 통일비용에 겁을 집어먹고 있다.

▶퍼거슨 교수=북한 정권은 중국이 관리하고 있다. 남북통일은 중국 정부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동서독 통일도 러시아가 결정했듯 남북한 통일도 중국이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입장에서 북한 정권이 여전히 자국 이익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동서독에 비해 남북한 경제력 격차는 엄청나다. 북한 주민 2000만명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국민에게 통일은 성취해야 할 과제지만 통일될 경우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모든 통일 비용을 한국에만 부담 지우는 건 불공평하다. 글로벌 협력이 있어야 한다.

▶김 실장=골드만삭스는 2027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퍼거슨 교수는 중국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쇠퇴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2050년, 2100년의 세계질서를 머릿속에 그려보는가.

▶퍼거슨 교수=100년 후 시나리오를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21세기 중반 중국 경제가 정점에 이르고 인구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세기말에 그 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100년 후는 지금과는 분명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의 세력이 강해지는 등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경제 단위가 국가별로 이뤄지는 현재 모습에서 대륙별로 갈 수도 있고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처럼 도시국가 형태로 갈 수도 있다.

▶김 실장=미국은 상위 1%가 전체 부의 50%를 소유하는 등 양극화가 날로 심화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지속 가능할까.

▶퍼거슨 교수=중요한 건 소득 분배가 아니라 신분의 이동성(mobility)이다. 미국의 경우 소득 분배가 평등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이에 반해 북유럽 국가는 사회적 이동성이 굉장히 크다. 이 부분은 배워야 할 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으로 경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세계적인 경제사학자다. 퍼거슨 교수는 BBC 다큐멘터리 진행을 맡으면서 2007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실체와 주식시장 폭락 원인을 역사적으로 파헤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해마다 한 권씩 베스트셀러를 내놓을 정도로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그는 중국과 미국의 양극 체제를 가리키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요 저서로는 `종이와 쇠(Paper and Iron)`, 미국 제국주의를 연구한 `콜로서스(Colossus)`, 금융위기를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한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 등이 있다.

[정리 = 이기창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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