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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현금] M&A 나선다…M&A 당한다

[넘치는 현금] M&A 나선다…M&A 당한다
올들어 미국서 발표된 M&A 100% 현금 인수가 절반 차지
KT&G가 보유한 풍부한 현금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불렀다
기사입력 2010.09.24 14:08:2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현금은 양날의 칼이다.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은 언제든 싼 가격에 원하는 대상을 인수할 수 있는 무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해 미국 기업 보유 현금이 사상 최대로 늘어나면서 올해 발표된 M&A 가운데 100% 현금으로 인수하는 비율이 50%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업이 넘치는 현금을 깔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되레 적대적 M&A 먹잇감이 되기 쉽다.

`LBO(Leveraged Buyout)`라는 방식을 통해서다.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타깃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 LBO다.

LBO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사례가 많지만 기업사냥꾼들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때론 피인수 기업 경영진이 LBO를 이용해 자사주를 매수하고 적대적 M&A 시도를 피하기도 한다.

LBO를 통해 기업을 인수하면 부채비율이 전체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까지 급격히 높아진다. 부채를 갚아 나가야 하는데 현금이 별로 없는 기업을 LBO하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현금이 많은 곳이 1차 타깃이다.

가장 유명한 LBO는 1980년대 사모펀드 KKR가 담배회사 나비스코를 공개 매수한 사건이다. 나비스코와 KKR 경영권 대결이 벌어지면서 무려 250억달러(부채 포함 313억달러)에 인수가 이뤄졌다. 지난 7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KKR는 의료회사인 HCA를 LBO 방식으로 33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고봉찬 교수는 "미국에서는 담배 식품 관련 기업이 LBO 대상이 됐다"며 "한국에서도 현금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해 과잉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칼 아이칸이 KT&G 공개매수를 시도했던 것도 담배회사인 KT&G가 보유한 풍부한 현금이 동인이 됐다. 한 M&A 전문가는 "현금 배당 요구, 부동산 처분 요구, 인삼공사 매각 요구 등 아이칸은 KT&G를 현금 박스(Cash Box)로 봤다.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현금성 자산은 주주에게 돌려줘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LBO가 활발한 편이 아니지만 정크본드 시장이 활성화하고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과 맞물리면 LBO 시장이 활성화할 여지는 충분하다. 현금이 많은 기업들이 더 정교한 관리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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