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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OS’ + ‘SK텔레콤 콘텐트’로 돌풍

`구글 OS’ + ‘SK텔레콤 콘텐트’로 돌풍

2010.02.20 18:41 입력 / 2010.02.20 18:42 수정

국내 첫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 출시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미국의 소설가 필립 K 딕은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비롯한 많은 할리우드 SF 영화의 원작자로 유명하다. 젊은 시절의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의 작품인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각색한 것이다. 인간형 로봇을 뜻하는 ‘안드로이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로봇’ 시리즈나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 등에도 나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요즘은 안드로이드 하면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안드로이드의 마스코트가 ‘태권브이’에 나오는 깡통로봇을 닮은 작은 녹색 로봇인 것도 이런 태생 때문이다.
 
우주소년 아톰처럼 귀여운 외양
한국에서도 이달 10일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라의 ‘모토로이’가 선을 보였다. 출시업체인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모토로이를 써 볼 기회를 얻었다. 아이폰이나 옴니아보다 각이 진 외형에 티타늄색 케이스까지 첫 인상은 “나는 로봇이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다만 ‘블레이드 런너’에 나오는 무서운 로봇보다는 우주소년 아톰처럼 귀여운 쪽에 가깝다.

전원을 켰다. 아이폰처럼 상단 우측에 있는 전원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켜지고, 화면에 나타난 잠금해제 슬라이드를 오른쪽으로 밀면 기본화면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순정 상태에서는 시계와 메일·주소록·지도 등의 아이콘 8개가 자리잡고 있다. 기본 기능인 통화와 문자메시지 버튼은 화면 하단 좌우에 붙박이로 위치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특징인 메뉴·홈·취소·검색 버튼은 본체 아래에 있다. 전면 버튼이 하나인 아이폰보다 언뜻 복잡해 보였지만 실제 써 보니 매우 편리하다. 쓰던 응용프로그램을 종료하려면 취소 버튼을 누르면 되고 검색 버튼을 누르면 보통 때는 구글 검색, 전화 관련 기능을 쓰고 있다면 연락처 검색으로 연결된다. 모든 안드로이드폰이 비슷한 형태라 모토로이에 익숙해지면 다른 단말기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터넷 설정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구글에서 만든 웹기반의 OS답게 G메일 계정과 암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설정이 끝난다. 인터넷에 저장된 1200여 개의 e-메일과 600여 개의 연락처, 1년간의 일정이 단말기에 바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스프트(MS)의 익스체인지도 지원하니 아웃룩 사용자도 별 어려움 없이 설정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남승현 SK텔레콤 모바일디바이스(MD) 기획팀 매니저는 “모든 웹사이트를 5초 안에 보여줄 정도로 인터넷 브라우징 속도가 빠르다”고 소개했다.

화면 상단바를 아래로 끌어내리면 새 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을 보여주고 아래 중간의 버튼을 누르면 설치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모두 나타난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콘을 바탕화면에 끌어와 ‘나만의 화면’을 만들 수 있다. 메뉴 버튼을 누르면 배경화면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MP3 파일을 길게 누르면 간단하게 벨소리로 지정할 수 있다. 아이폰보다 이런 설정이 자유로운 것은 큰 장점이다.

내비게이션 무료 제공 예정
하드웨어 스펙도 훌륭하다. 8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렸고 854×480 해상도의 3.7인치 LCD 화면은 시원하다. 멀티터치를 지원해 아이폰처럼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이라 감압식처럼 스타일러스펜을 이용한 세밀한 터치는 안 되지만 반응 속도는 빠르다. 지난해 말부터 직접 사용해 본 아이폰3GS와 노키아5800익스프레스뮤직, 옴니아2와 비교하면 가장 빠른 아이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아이폰보다 반응이 느리고 화면 전환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해상도가 아이폰의 세 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용납할 만한 수준이다. 영상통화 기능이 없는 것이 살짝 아쉽다.

모토로라의 소프트웨어 지원도 괜찮은 편이다. 아이폰이나 옴니아 등은 PC와 연결해 연락처 편집 등의 작업을 하려면 USB 케이블로 연결하고 아이튠즈나 액티브싱크 같은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 반면 모토로이가 내장한 ‘모토폰 싱크’ 기능을 활용하면 웹브라우저를 통해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문자인식 프로그램으로 명함을 인식해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앱스토어인 안드로이드마켓도 쓸 만하다. 등록된 프로그램이 2만여 개로 10만 개에 달하는 애플 앱스토어에는 못 미치지만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마켓의 게임 부문에 접속해보니 솔리테어·주얼스·수도쿠 같은 낯익은 프로그램을 대부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한글 소프트웨어나 음악 콘텐트는 아직 부족하고 결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유료 프로그램을 살 수 없다. 구글 코리아는 상반기 중 결제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콘텐트 부문은 SK텔레콤이 보완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옴니아2와 마찬가지로 내비게이션인 T맵과 음악사이트인 멜론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네이트 프리존을 통해 ‘맞고’나 ‘프로야구’ 같은 인기 모바일 게임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지상파DMB도 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이영준 매니저는 “애플 앱스토어에 프로그램이 많지만 분야별 상위 다섯 개 프로그램이 전체 다운로드 수의 절반을 차지하고, 8만 개는 아예 쓰는 사람조차 없다”며 많은 숫자보다 킬러앱(핵심 소프트웨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멜론이나 DMB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출고가 90만원인 모토로이를 월 4만5000원 요금제로 2년 약정할 경우 21만원에 판다. 아이폰·옴니아2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말부터 열흘간 이어진 예약 판매로 모토로이를 2만여 대 팔았다. 나쁘지 않은 성과지만 지난 연말 KT가 아이폰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 이틀 만에 2만7000명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떨어진다. SK텔레콤이 내심 기대했던 5만 대 수준에도 못 미친다. 모토로이가 지금까지 30만 대 이상 팔린 아이폰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다음 달 출시되는 삼성전자 제품을 비롯해 연내 15종 이상의 안드로이드폰이 나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이 아이폰과 윈도모바일폰에서 안드로이드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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