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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감독의 창조경영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감독의 창조경영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0.02.06 18:37 |

 

필자는 최근 심야영화 162분 중 1분도 졸지 않고 'I see you, Avatar!' 했다. 드디어 '나도 3D로 아바타를 봤다'는 안도감에 기쁘기도 했다. 몇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근 기업들이 창조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영화 아바타의 성공요인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영화 비즈니스의 경제학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아바타의 기획·제작 과정에서 배우는 창조경영의 지혜는 창조적 상상력, 도전적 리더십, 열린 네트워크 세 가지이며, 아바타 영화 내용 자체에서 배우는 지혜는 가슴으로 느끼는 교감, 통섭형 아바타 인재, 조화와 균형을 통한 공존 세 가지다. 이들 여섯 가지 지혜는 필자가 지난해 12월에 제안했던 'Hip-Hop 창조경영'의 여섯 가지 원리와 비교하면 깊은 유사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바타 제작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창조경영 지혜는 누가 얼마나 일상생활 속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창조적 혁신을 일궈내는가 하는 점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전략기획의 창의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고민해야 함을 의미한다.

아바타는 4년간의 제작 끝에 12년 만에 선보인 영화지만, 이 장대한 프로젝트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1977년, 당시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카메론 감독이 스타워즈를 본 순간 시작됐다고 한다.

그 결과 카메론은 모든 액션과 어드벤처, 로맨스가 펼쳐지는 행성 판도라를 '이국적이고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낯익은 세계'로 창조해냈다. 그렇기에 '늑대와 춤을' '원령공주' 등과 비슷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카메론은 마술사처럼 상투적인 스토리를 친숙한 스토리로 바꿨다. 기술과 내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모방을 짬뽕 표절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적절히 융합해 창조적 전환을 일궈내도록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창조경영 지혜는 창조적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도전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상상력을 토대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적인 꿈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성공스토리를 만들면서 때로는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에 옮기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시장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상력과 목표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카메론의 머릿속에 있던 구상을 시나리오로 옮기는 데에 걸린 시간은 단 2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나리오 초고가 나온 이후에도 그는 잠시 꿈을 접어둔 채 타이타닉 등을 작업하며 아바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되기를 기다렸다. 이모션(Emotion) 캡처와 최첨단 CG(Computer Graphic), 3D 영상과 같은 기술적인 성취는 분명 아바타의 장점이다. 배우가 연기를 하고, 이를 CG로 처리해 배우들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잡아냈다. 또한 가상 카메라(Virtual Camera)를 개발해 CG 캐릭터들을 감정이 살아 있는 실제 인물과 같이 생생하게 탄생시켰다.

세 번째 창조경영 지혜는 열린 네트워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상상력이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에서 새로운 창조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바로 전문성과 부서 간 장벽이다.

카메론 감독은 세계 일류 예술가들로 팀을 구성해 영화 속 등장인물과 생물체, 의상, 무기, 운송수단, 환경 등을 디자인하게 했다. 이뿐 아니라 언어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판도라의 토착 종족만을 위한 언어를 만들었다. 또한 과학자들로 하여금 판도라 식물들이 밤이 되면 왜 형광 빛을 띠는지, 어떤 원리로 하늘 위에 산이 떠 있는지 등에 대한 근거들을 만들게 해 판도라 생리에 설득력을 더했다. 더구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장벽 없이 토론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점이 아바타 성공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영화 아바타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가슴으로 느끼는 교감(나비족 언어로 사헬루)이 소통과 신뢰의 원천이라는 것은 네 번째로 얻는 창조경영 지혜다. 소통과 신뢰로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아주 탁월한 아이디어일지라도 제대로 구현될 수 없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화에서는 아바타 제이크(Jake)가 판도라 행성의 전사가 되기 위해 비룡인 이크란(Ikran)과 교감하는 장면에서 나비(Na'vi)족의 네이티리(Neytiri)가 인사이드(inside)라고 하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대화하라고 한다(This you must feel … inside). 진정한 소통과 신뢰는 가슴으로 대화할 때 가능한 것임을 의미하는 장면이다. 한편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도전적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강조하고 있다.

본래 아바타는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됐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인간과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 나비의 DNA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하이브리드 생명체다.

분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만 아바타 제이크(동양)와 현실의 제이크(서양)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체성 혼란을 견뎌낼 수 있다. 결국 동서양을 아우르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처한 상황에 따라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다섯 번째로 얻을 수 있는 창조경영의 지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속의 내 직분 아바타'가 '다른 구성원의 직분 아바타'와 잘 소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주는 또 다른 자신의 아바타(이 경우 주로 후배)를 복제해 육성하면 창조경영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아바타에 흐르는 핵심 내용은 조화와 균형을 통해 공존해야 한다는 동양적인 철학이며, 이것이 여섯 번째 창조경영 지혜다. 자연환경과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녹색성장, 지속가능경영의 패러다임과도 맥을 같이한다.

영화 대사 중에서 사람은 두 번 사는데, 두 번째 삶의 시작은 커뮤니티 또는 조직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라고 한다. 아바타 제이크가 테스트 과정을 거쳐서 나비족의 일원으로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나온 대사다. 결국 우리 모두 아바타가 돼 가슴으로 느끼는 교감, 조화와 균형을 토대로 자연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영화 아바타에서 배우는 창조경영 지혜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섯 가지 지혜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긍정적인 '아바타 나비(Na'vi)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경제Fellow·경제학박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3호(10.0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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