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
[세계의문화예술CEO] 다닐로 미란다 브라질 세스크 회장
 
박용재 _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지난 해 12월 브라질 상파울루. 한여름이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언어, 다양한 문화, 다양한 날씨. 참으로 다양한 문화를 지닌 다문화 국가의 거대도시이다.

브라질의 주요문화 기관인 세스크(SESC: Social Service of Commerce)의 다닐로 산토스 드 미란다(Danilo Santos de Miranda) 회장을 찾아갔다. 상파울루 도심에서 남동부 쪽으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주변의 허름한 집들과 빈 공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주 세련되고 품격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에서 1년 예산 2억 달러를 집행한다.

다닐로 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이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일은 인재들이 좌우하기 때문에 “인재들을 찾고 기르고 현장에 배치해 효과를 극대화 한다”고 소개했다.

46년 설립 당시 세스크는 부유층이 빈민층을 돕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60여 년이 지나면서,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관으로 변모했다. 즉, 선심을 베푸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교육과 문화의 기회를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 세스크의 철학이며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라는 것.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나면 모든 참가자들이 기립박수를 칠 정도로 세계 문화계 저명인사로 존경받는 다닐로 회장. 그와의 대담은 1시간 정도로 생각했으나, 3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긴 시간만큼이나 앞으로 한국과 브라질의 문화교류에 적극 협력키로 한 것은 물론이다. 다음은 그와의 대담 기록이다.


세금 아닌 기부금으로 운영

박용재(이하 ‘박’) 삶의 질 차원에서 문화의 공간을 확보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지원하는 기관인 세스크 본부를 방문하여 그 리더인 다닐로 회장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다닐로 미란다(이하 ‘다닐로’) 이곳은 상파울루주의 세스크 본부이다. 예전에 이곳은 브라질에서 가장 크고 중남미에서 최초로 설립된 청바지 공장이었다. 지금 앉아 있는 이곳은 본부 건물로, 현재 바로 옆에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건물이 완공되면 향후 상파울루에서 가장 큰 문화복합공간이 될 것이다. 세스크는 상파울루 주에만 31개의 복합공간을 가지고 있다. 절반은 상파울루 시와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나머지는 해안과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세스크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기관으로 각 주마다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주마다 필요에 따라 세스크의 프로그램을 변용, 실행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사회, 교육, 보건, 음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상파울루 지역은 특히 문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파울루의 모든 문화센터에는 스포츠 시설도 갖추어져 있는데, 스포츠 활동은 교육과 사람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스크는 문화나 스포츠만을 집중적으로 하는 기관은 아니며, 복지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류의 복지 수준을 높이고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문화, 예술, 스포츠를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운영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다닐로 세스크는 1946년 설립되었는데, 2차 대전 후 브라질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격변의 시기였다. 세스크는 상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법적으로 임금의 일부(1.5%)를 납부사회보험융자납부금하게 되어 있고, 세스크의 자금은 여기서 충당한다. 즉, 세스크의 예산은 기업과 노동자들로부터 나온다.

일종의 세금인가?

다닐로 아니다. 바로 그 점이 다르다. 브라질에서는 이것을 세금이 아닌 ‘기부금’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1946년에 법을 제정한 것은 정부이지만 기업에서 법제화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여, 이를 기부금화 하였고, 정부가 이것을 공식화 했다. 즉, 세스크는 정부와 기업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보면 된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이고 유일무이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자부치카바(jabuticaba)라는 열대과일이 있는데, 나무 기둥에 열매가 나는 아주 독특한 식물이다. 세스크는 브라질의 자부치카바 같은 독특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모델은 브라질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콜롬비아와 프랑스에도 비슷한 기관이 존재한다. 정부가 기부금을 받아 그 자금을 민간기관에게 전달하고, 민간기관이 직접 운영하되, 모든 검토와 승인은 정부에서 행하는 형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많은 국가와 적극적인 문화교류를 하고 있다. 그동안 세스크 관련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해왔다. 지금 동석한 마리아 테레자(Maria Tereza) 씨 역시 2008년 서울아트마켓에 참석했다. 다닐로 씨도 초청하려 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닐로 언젠가는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일동 웃음)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브라질뿐 아니라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남미국가와 교류를 진행 중인데, 향후 남미와 한국의 문화교류에서 세스크가 중심적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브라질 상파울루 시정부와의 협력 하에 ‘한국현대무용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원래는 세스크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러질 못했다.

다닐로 2009년은 브라질의 ‘프랑스문화의 해’로 여러 곳에서 많은 행사가 이루어졌고, 세스크 프로그램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내가 그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로 임명되어, 2009년에는 프랑스 행사에 집중했다. 향후 브라질의 한국문화의 해가 되면, 아마 내가 책임자는 아니겠지만, 세스크와의 협력을 기대한다.


신중한 채용과정, 경쟁력 있는 보수 그리고 교육

세스크의 기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다닐로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 채용이다. 채용과정에서 해당 인력의 특징, 학력, 작업방식 등을 모두 살펴야 하며, 세스크에서는 이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판단한다. 특히 세스크의 기술 관련 인력은 더욱 까다롭게 선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업무 실적은 물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도 살핀다. 그래서 세스크의 채용과정은 매우 신중하고도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 다음은 경쟁력 있는 보수의 지급이다. 문화 분야는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낮다. 하지만 우수 인력에게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보수보다 낮은 수준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또한, 능력 있는 인재들이 퇴직할 때까지 장기근무를 하도록 지원한다. 그렇게 해야 그들이 편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 역시 중요하다. 세스크에서는 내부 교육은 물론, 외부교육의 기회도 끊임없이 제공된다. 즉,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위한 내외부적인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외부교육의 중요한 점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여 개발해 나가는 것인데,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여 그들의 사고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드가 모랭(Edgar Morin) 씨를 세스크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바 있으며, 세스크 홈페이지에서는 에드가 모랭 씨의 사이트를 링크로 연결하여 그의 사고와 철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력관리를 기초로 브라질 전역에 걸쳐 운영되는 복합공간을 통해 국민들의 문화향수권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전국을 네트워크로 묶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더불어 브라질의 문화역량과 에너지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국제 프로젝트 거의 매주 진행

세스크 상파울루의 1년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다닐로 세스크의 문화 전체 분야를 포함, 본부와 31개의 복합공간, 현재 공사 중인 7개의 공간까지 합쳐 2억 달러한화 2천3백억원 정도 된다. 상파울루의 시설을 사용하는 인구만 해도 매달 130만 명에 이른다.

세스크의 국제협력 파트너로서 어떠한 기관들이 있으며, 향후 국제협력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나.

다닐로 세스크는 여러 협력기관과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는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와 협력 하에 있으며, 해외 쪽은 상파울루에 위치한 국제기관들과 주로 협력 관계에 있다. 특히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e)과는 오랜 파트너인데, 2009년 4월 뮌헨에 이어 7월에 브라질에서 행사를 가진 음악극 <아마조나스>(AMAZONAS)는 독일문화원과 비용을 분담하여 진행해 오고 있는데 독일 카를수르에 아트앤미디어센터(ZKM, Zentrum fuer Kunst und Medientechnologie)와 뮌헨 오페라단, 뮌헨 비엔날레 페스티벌 등은 물론, 독일과 브라질의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아마조나스>는 유럽연합(EU)의 커미션 프로그램 중 ‘제3세계와의 문화협력’(Cultural Cooperation Projects with and in Third Countries) 부문 사업으로 알고 있다.

다닐로 그렇다. 독일과 브라질의 협력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이 공연은 2010년 4월 뮌헨 비엔날레에서 초연을 갖고, 2010년 10월 상파울루 세스크 공연장에서 공연된 후 리스본, 로테르담, 브라질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문화원과 협력하는데, 대개 퀼티르프랑스(Culturesfrance), 알리앙스 프랑세스(Alliance Francaise)와 함께 진행한다. 프랑스는 올해 너무 많이 초점을 맞추어서, 내년에는 조금 줄여야 할 것 같다.

미국은 영사관과 주로 협력하는데, 세스크 직원들이 미국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스위스, 인도, 일본, 캐나다, 캐나다 퀘벡 정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러시아 등 많은 국가와의 국제 프로젝트가 거의 매주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한국과도 이제 이러한 교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협력의 방식은 대개 협력국가와 세스크의 비용 분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브라질 내의 리소스를 세스크 측에서 부담한다면, 그 외의 부분은 공동 분담을 통해 진행하는 식이다.

지금 언급한 많은 국가 중에 한국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

다닐로 나 역시 동감이다.



“확고한 믿음으로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추구한다”

세스크의 미래 계획을 들려 달라.

다닐로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것으로, 내가 처음 세스크에 합류했을 때 인식했던 목적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다 실질적인 것인데 상파울루 지역 세스크 사업의 전략과 계획을 확정하여 문화소외 지역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문화교육, 창조공간 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동시에 그러한 개념 역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스크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기관이나 많은 사람들이 세스크에 대해 인정하고 있으며, 지금 한국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협력을 제안하는 것 역시 세스크의 성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세스크 웹사이트(포르투갈어)
세스크 상파울루 영문사이트

 

필자소개
박용재 _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출처; 예술경영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