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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기획

['영상 콘텐츠 산업' 절망과 희망] [2] 새 사업방식으로 활로 뚫는 독립 제작사들

['영상 콘텐츠 산업' 절망과 희망] [2] 새 사업방식으로 활로 뚫는 독립 제작사들
저작권 자체 확보 국내외 동시 판매하거나 해외에 먼저 팔기도
영화감독들, 연출자 변신 드라마에 잇단 활력… 집단기획 체제 도입에 연예기획사 영역 확장도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 힐스의 멀티플렉스인 도호(東寶)극장. 수백명 여성 관객들이 감격 어린 눈물을 훔치며 상영관에서 쏟아져 나왔다. 동방신기의 영웅재중한효주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천국의 우편 배달부'를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이날 개봉한 작품은 한국의 대표적 드라마 제작사 삼화 네트웍스가 만든 것.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TV와 극장 두 가지 경로로 대중을 만나는 이 작품은 3년여에 걸쳐 진행된 '텔레시네마' 프로젝트 중 하나다. 총 7개 작품이 주말 이틀 동안 일본 60개관에서 상영되면서 2만5000여명 관객이 몰렸다. 현지에서는 "비교적 적은 숫자의 극장에서 교차 상영되고 있음에도 입소문을 통해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지상파 위주 방송 환경으로 인해 오랫동안 난관을 겪어온 독립 제작사들은 요즘 새로운 개념의 영상 콘텐츠와 사업 방식으로 활로를 뚫고 있다. 한동안 가라앉았던 한류(韓流)도 제작사들의 패기와 열의 속에 다시 불길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 5월29일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 몰려든 일본 여성 관객들. 이들은 한국 드라마 제작사 삼화 네트웍스가 만든 TV용 영화‘텔레시네마’를 보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섰다. /삼화 네트웍스 제공

해외 직수출이 살 길이다

그동안 국내 TV 프로그램 수출은 지상파 방송사가 거의 독점해왔다. 저작권과 판권 수익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제작사들은 아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방송사·배급사들과 손을 잡거나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해 저작권을 확보한 뒤, 국내 방송사에는 방영권만을 넘기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텔레시네마' 프로젝트가 대표적. '하얀 거탑'의 이노우에 유미코, '고쿠센'의 요코타 리에 등 일본 최고의 드라마 작가들이 한국 스타 연출자, 배우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체 제작비 중 45%는 일본 아사히TV가 댔다. 극장 개봉에 이어 올 하반기 아사히TV를 통해 전파를 탄다. 국내에서는 SBS를 통해 방영될 예정. 삼화 네트웍스는 같은 방식으로 12부작 이상의 미니시리즈를 여러 편 만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유통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안제현 사장은 "'텔레시네마' 7작품 전체를 볼 수 있는 세트티켓(9100엔·약 12만원)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일본 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는 각종 드라마의 해외 선판매도 제작사의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이 일궈낸 결실이다. 국내에서 6월 말 방영될 6·25 전쟁 배경의 드라마 '로드 넘버원'은 지난 4월 일본 하쿠호도 미디어 파트너스사에 선판매됐다. 제작사인 로고스 필름 이장수 대표는 "일본 선판매를 통해 30억원 정도를 받았다"며 "제작사가 직접 마케팅에 나서니까 방송사에 비해 더 효율적인 협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양 프로그램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다큐멘터리 전문 김진혁 공작소는 미국의 히스토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팔고 있다.

젊은 영화인력 방송가를 바꾼다

30% 이상 시청률로 올해 초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추노'는 거대한 스케일과 빼어난 영상미로 환호를 받았다. 그 중심에는 영화 '7급 공무원'의 제작자이기도 한 천성일 작가의 파격적 대본이 있었다. '선덕여왕'의 박상연, '아이리스'의 김현준·조규원 등도 영화 시나리오 작가 출신들. 외주 제작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 내부 PD들이 연출자로 나서고 있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지자 아예 영화감독들이 드라마 연출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의 박흥식 감독, '리베라메' '바람의 파이터'의 양윤호 감독이 각각 '달콤한 나의 도시', '아이리스'를 연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룹 에이트의 경우, 할리우드식 집단 기획 체제를 도입해 드라마를 탄생시키고 있다. 이 회사 배종병 기획팀장은 "한 명의 연출자, 한 명의 작가에게 모든 것을 걸기에는 지금 드라마 제작에 투입되는 돈의 규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력을 선점하라

교양·예능 프로그램 독립 제작사들은 우수한 인력을 영입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진력하고 있다. PD 20명, 작가 15명이 소속돼 있는 앤미디어의 강동길 대표는 "교양 프로그램의 콘텐츠 경쟁력은 결국 좋은 연출자와 작가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들을 활용해 1년쯤 갖가지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영상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예능 프로를 제작하는 코앤 미디어는 스타 파워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연예인 매니지먼트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안인배 이사는 "예능 프로그램은 스타 진행자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예 유세윤, 장동민, 조미령, 유상무, 현영, 김나영 등의 연예인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