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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학문으로 ‘인재의 나라’ 만들자”

"교육과 학문으로 ‘인재의 나라’ 만들자” 최재천 교수, ‘제2회 미래콜로키움’서 강의 2010년 05월 04일(화)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사람 즉 인재에 달려 있습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이 주최하는 ‘미래 콜로키움’ 제2회 행사에서 강연자로 섰다. 최 교수는 ‘통섭(Consilience)’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소개하고 학문 간의 융합을 주장하는 등 ‘지식 대통합’의 선구자로 활약해 왔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해부터 실시한 ‘미래 콜로키움’은 과학기술과 창의성으로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열렸다.

‘21세기 사회문화와 지식의 통섭’이라는 제목의 이날 강연에서 최 교수는 “앞으로 10년이 지나 2020년이 됐을 때”를 가정하여 미래 대한민국이 만날 6개의 사회문화 트렌드를 예측·제시했다. 내용은 △고령화 △여성중심 △기후변화 △자원고갈 △혼화(混和) △창의와 혁신 등이다.

▲ 지난 3일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리소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미래콜로키움'에서 최재천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2020년은 고령화(Ageing)의 시대

“인간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동물도 자식을 낳을 시기를 지나 수십년씩 생존하지 않습니다.”

최 교수는 행동생물학자로서 동물의 생태를 연구해온 학자답게 동물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었다. 현생인류가 유인원이나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덕분에 한 세대의 지혜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시행착오가 줄어들고 노동력에 여유가 생겨 지금의 문명이 생겨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폐해가 닥칠 예정이다.

2020년은 통계상으로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15세 이상 어린이의 숫자보다 많아지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고령화에 대비한 정책적, 사회적 충격 완화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Women) 중심의 시대

▲ 피카소의 작품 '어머니와 아이' 
이어 최 교수는 피카소의 미술작품 ‘어머니와 아이(Mother and Child)’의 원판을 보여주었다.

원래는 그림 왼편에 생선을 내미는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아이는 생선에 관심을 보이며 손을 뻗지만, 어머니는 남편도 생선도 아닌 아이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남편은 그림 속에 함께하지 못하고 곁에서 식량을 제공해줄 뿐이다. 최 교수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가지는 양육과 보호의 능력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거의 모든 생물종은 이처럼 수컷이 암컷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미래 인류도 여성성을 우선시하고 여성의 능력을 우대하는 시대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의 시대

최 교수는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인간’을 지목하며 “99퍼센트의 학자들이 기후변화를 걱정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부는 여전히 ‘결정적 증거’를 요구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과학은 ‘통계적 증거’를 토대로 이루어지는데도,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수천 개의 증거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생존전략을 짜야만 합니다.”

자원고갈(Resource Depletion)의 시대

“언제부터인지 미국의 치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이 치즈 맛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미래는 '자원고갈'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청중들의 웃음이 터졌지만, 최 교수의 표정은 진지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인구가 많은 신흥국들이 산업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세계의 천연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와 더불어 “식량(Food), 에너지(Energy), 물(Water) 등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도 부족해지고 있다”며, 이를 ‘FEW’라는 단어로 축약해서 표현했다.

기후변화, 물, 에너지, 식량, 질병 등을 ‘지구와 인류의 5대 현안’으로 꼽고 대비책을 강조해온 한국과학창의재단의 ‘RGB 사업’과 궤도를 같이 하는 지적이다.

혼화(Mixing)의 시대

혼화(混和)는 인종간 장벽이 허물어지며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 표현이다. 최 교수는 “지금처럼 한 생물종이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무작위적으로 혼합된 예가 거의 없다”고 소개하며, 혼화가 미래 인류의 유전자적 특성과 문화적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이미 다문화 가정이 전체 인구 구성원의 일부를 차지하기 시작한 만큼 ‘섞임’을 거부하다 도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나와 다른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창의와 혁신(Creativity and Innovation)의 시대

최 교수는 2020년 한국을 지배할 마지막 트렌드로 ‘창의와 혁신’을 꼽았다.

“아리스토텔레스, 다빈치, 박지원, 정약용 등 창의적인 인물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는 점입니다.”

최 교수는 이어 “예전에는 혼자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복잡한 시대에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의 힘으로 넓게 파들어 가야 깊은 우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통섭’ 개념을 국내에 소개한 것도 그러한 의미다.

▲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최재천 교수 

“고등학생들을 문과, 이과로 나누지 말고 통합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장벽을 낮추어 서로 대화하는 융합형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지적은 곧 “교육과 학문에 투자해 ‘인재가 풍성한 나라’를 만들자”는 조언으로 마무리됐다.

“물려받은 자원도 유산도 넉넉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반세기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토대는 바로 ‘사람에 대한 교육’입니다. 인재 교육에 있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저작권자 2010.05.0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