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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인지와 감지, 창의성을 두드리는 두 문 창의성 도출에 대한 소고

인지와 감지, 창의성을 두드리는 두 문 창의성 도출에 대한 소고 2011년 02월 25일(금)

앤드루 라제기는 그의 저서 ‘리들(The Riddle)’에서 “위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상상과 이성이 모두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라제기는 “위대한 아이디어 혹은 사상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창의성은 정신적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창의성이란 판에 박힌 사고와 대치되는 ‘상자’를 벗어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라고 답을 찾는다.

그러면 창의성은 의식적인 사고의 산물일까, 아니면 무의식적 생각에서 비롯된 걸까? 필자는 창의성이 의식적인 사고의 결과라고 본다. 관심과 호기심이 발단이 되고, 관심과 호기심의 정도에 따라 무의식 세계가 활동하는 것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

사회심리학자인 그래함 월리스는 1920년대에 푸엥카레의 ‘부화’이론을 확장하여 창의성을 준비, 부화, 암시, 조명, 검증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준비 단계에서는 당면한 문제와 그 문제의 중요성에 집중해야 하며, 부화의 단계에서는 문제를 무의식적인 정신 속에 녹아 들게 해야 한다. 암시 단계는 창의적인 통찰력에 선행하는 느낌과 맞물려 있으며, 조명의 단계는 깨달음의 순간 그 자체이다. 마지막으로 검증은 아이디어가 의식적으로 확인되고 적용되는 단계이다. 월리스는 “창의성이란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으로서 인간으로 하여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라제기는 ‘타당성(relevance)’이라는 요소를 추가한다. 타당성이 바로 예술적 창의성과 고안적 창의성을 구분 짓는 핵심요소이라는 것. 하지만 창의성에는 창의적 통찰력을 불어넣어 주는 명확한 규율이 따라야 한다는 라제기의 주장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규율이 아닌 바른 습관이 내적 성숙을 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사고와 깨달음의 순간은 의식적인 정보 처리와 더불어 무의식적인 정보처리의 결과로 생겨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뇌는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심할 때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비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지적 축적과정에서 계속적 ‘인지’라는 의식적 ‘노력’이 생각 속에 강하게 작동할 때 떠오르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감지능력이 인지능력을 보조한다

▲ 사람의 오감은 동시에 작동한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정보, 알고 있는 사실은 유한하다.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양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상상력은 무한하다. 상상력은 현실을 뛰어넘어 무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인지능력은 유한하나, 감지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다.

사람은 동시에 여러 동작이 가능하다. 팔다리가 움직이는 동적 상태에 있을 때, 걸으면서 오감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라. 땅과 하늘, 나무와 숲, 꽃과 나비, 새 등을 보고, 숲에서 나는 벌레 우는 소리를 듣고, 새소리를 듣고, 온도와 습도를 느끼고, 풀내음과 흙냄새를 맡고, 입에 감도는 입맛을 느낀다.

다섯 가지 감각 중 하나에 집중할 때 다른 감각은 인지하지 못한다. 청각 작동을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집중해서 듣는 것(listening)은 인지이고, 그냥 들리는 것(hearing)은 감지이다. 팔 다리가 고정된 정적 상태에 있을 때, 앉아서 TV를 보고 듣고, 숨을 쉬고, 그러다가 말을 시작하는 순간, 그 전의 동작들은 감지 상태로 바뀌고, 말하는 것만 인지상태에 있게 된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인지하면) 나머지는 잊어버린다. 하지만 잊어버리더라도 감지기능은 활동하고 있다. 걷고 있지만, 보고 있지만, 바람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감지되고 있을 뿐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선택적 인지를 뇌의 필연적 기능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뇌가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수없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일정한 목적 하에 행동방향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 두뇌의 효율적 기능은 그 자체로 인간의 한계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인지한 경험보다 감지한 체험이 감성을 더 일깨운다. 우뇌(이미지, 상상력, 감정) 기능이 감지기능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좌뇌(언어, 논리) 기능이 인지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서로 분리된 개체가 아닌 상호작용하는 혼합체라는 사실이다. 즉 감지 능력이 인지능력을 보조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우뇌를 더 사용해야 한다

배운 적은 없지만 많이 들어 본 외국어의 경우 그것이 어떤 나라 말인지 맞출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어를 모르지만 일본어를 들으면 그것이 일본어인지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어라는 인지의 반복이 언어의 뜻은 모른 채 감지되어 일본어의 특성을 의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논조와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의 저자 다니엘 핑크 또한 21세기에는 우뇌를 더욱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뇌적인 요소들을 갖추어야 좌뇌가 이끄는 이성적 능력을 보완하여 양쪽 뇌를 모두 활용하는 새로운 사고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볼 때, 대부분 사람들은 세 살 이후부터의 일을 기억한다. 이 말은 기억하지 못하는 세 살 이전의 듣고 본 것이 의식 속에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섯 가지 감각으로 감지해온 것은 정보로서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세 살 이후의 일들은 의식 속에 있어서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쇼팽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특정 작곡가의 고유한 음악 세계의 특징을 인지하게 되어 같은 작곡가의 다른 작품을 들게 되었을 때 누구의 작품인지를 인식하게 된다. 이것은 창작의 세계에서 예술가가 자기도 모르게(무의식적)인 반복(학습 인지)에 의한 규칙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청각적 인식과 꿈의 연관성

▲ 프로이트는 꿈에 대한 설명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최초의 사람이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꿈을 꾸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어떤 상황 인식을 외국어로 했기 때문에 그것이 꿈에서 인식한 언어로 재연된다는 뜻이다. 프로이트는 꿈에 대한 설명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최초의 사람이다. 꿈의 특징은 정돈되지 않은 혼돈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 꿈이 인간적 의미가 있다고 보았고 꿈은 자신과 관계가 있어 자신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는 깨어 있을 때는 무의식적이던 욕망이 꿈속에서는 충족되기 때문에, “꿈은 욕망(소원) 성취”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일상적인 행위에서도 이런 억압된 주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말실수, 하려다 만 행동 등도 꿈과 마찬가지로 의미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무의식의 탐구로서 꿈을 강조했다.

꿈의 형태가 이미지와 소리(음성)이라는 점에서 시각과 청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보고 싶은 사람을 간절하게 떠올리면 꿈에 그 사람을 보게 되는 경험은 의식한 영상세계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꿈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깨어있을 때 생각과 아이디어가 ‘들리지 않는 소리’로 인식되는 것처럼, 꿈에서도 자신만 들을 수 있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청각적 인식과 꿈이라는 무의식 세계의 연관성을 보여 준다.

조명진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

저작권자 2011.02.2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