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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없는 학교 ‘비욘홀트 중·고교’ 직업학교의 천국 북유럽 교육현장 리포트

교실 없는 학교 ‘비욘홀트 중·고교’ 직업학교의 천국 북유럽 교육현장 리포트 2010년 12월 28일(화)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에 있는 비욘홀트 중·고등학교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파격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에 따르면 오슬로 시내 25개 고등학교 중에서 유일하게 중학교·고등학교 교육을 겸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개념의 교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learning by doing’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간 전체가 모두 개방돼 있다.

학교 입구에는 동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를 소재로 한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이 개방공간에서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한창이다.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시간에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교장과 사무보조원 같은 공간에서 근무

도서관 역시 학생들, 지역주민들에게 동시 개방하고 있다. 미디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주변에서 학생들이 수업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칸막이를 유리로 했기 때문이다.

▲ 비욘홀트 중·고등학교 입구. '잭과 콩나무'가 설치돼 있다. 
교사는 학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볼 수 있다. 반대로 학생들도 교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주시할 수 있다. 교실에는 칠판이 없다. 100% 영상을 통한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 수업이 진행된다.

교장의 근무 환경 역시 일반 보조사무원과 다를 바 없다. 모든 교사가 보조사무원과 동일한 공간에서 근무하며, 교장과 교감, 교사, 보조사무원 등이 근무하는 모습 역시 투명한 유리를 통해 모두 공개되고 있다.

비욘홀트 중·고등학교에서는 8~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개 코스의 일반교육 과정과 3개 직업교육 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3개 일반 과정은 ▲ 과학· 언어·산업디자인, 사회·경제 중 선택 ▲ 체육 ▲ 음악· 댄스· 드라마, 3개 직업교육 과정은 ▲ 건축 ▲ 전기 ▲ 미디어로 각각 구성돼 있다.

오슬로 시 교육청의 의도는 이 학교를 통해 학생과 교사, 교장과 일반교사, 학생과 지역주민, 교사와 지역주민, 학교 시설과 지역 주민이 한 공간에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교육실험이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국가들로부터 학교 참관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한국도 그중의 하나다. 이 사례에서 보듯 노르웨이를 비롯, 북유럽국가들의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강소국으로 불리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4개국은 교육비 투자율이 OECD 최상위권이다.

특히 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각 학교 졸업생 수, 탈락율(drop out rates), 취업률 등 해당 학교의 직업교육 성과에 따라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기존 지원액의 2~3% 정도의 지원액을 삭감해 성과가 좋은 기관에 지원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정해진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기관에 등록된 학생 수 등 실제 학생들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지원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졸업자격이 곧 취업 자격증

사회적 기관들 역시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기업 등 사회적 기관들은 단순히 직업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깊숙이 관여한다. 각 지역에는 지방 교육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가 있으며, 이들 사회적 파트너들의 역할은 법령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 비욘홀트 중·고등학교 수업장면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노동조합과 사업자단체의 주된 업무가 직업교육일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직업교육 활성화는 물론 살아있는 직업교육이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산업계 노·사 양측의 대표들은 직종별, 또는 프로그램별 위원회를 구성해 산업현장의 기술변화에 대응하는 신 훈련 직종의 개발과 기존 훈련 직종의 개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커리큘럼 구성에서도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이들은 직업훈련과정의 목적, 기간, 내용, 자격기준, 자격증 발급 등에 책임을 진다.

이와 같이 직업교육훈련에 사업주와 노동자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는 학생들의 졸업자격이 곧 노동시장에 연결됨을 의미한다. 직업계열 고등학교를 이수함으로서 받게 되는 직업자격은 고등학교 졸업장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식으로 말하면 ‘자격증’이다.

실습의 중요성이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 역시 이들 국가 직업교육의 특징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기업체에서의 도제훈련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는 반면, 핀란드와 스웨덴은 학교에서의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도제훈련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모두 동일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북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가 대조적인 시스템을 발전시켜왔으며, 근본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어서 섣불리 모방하기 어렵지만, 직업교육의 현장성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고교 단계 직업교육 및 이어지는 고등 단계 직업교육까지 국가가 전폭적으로 비용을 지원해 직업교육 트랙의 매력도를 높임과 동시에 엄격한 질 관리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산업체와의 파트너십 구축도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산업계가 참여한 직업교육훈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수준, 산업수준, 지역수준, 기업 수준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직업교육의 현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정부, 산업체, 학교 등 직업교육훈련 이해당사자들의 역할을 재정립해 법을 통해 엄격히 규제하고, 아울러 정부는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과 학생들에게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초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한 체험 중심의 대안적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해야 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유연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업교육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직업훈련 수요자 측인 노동시장의 관행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2.2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