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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혁신의 딜레마..

혁신의 딜레마..

 

           정부, 기업 할 거 없이 급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당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케팅 교과서도 조만간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집단지성의 파워가 곳곳에서 입증

되고 있고 이를 자신들의 분야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과거의 닫힌조직의 미
래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어떤 분야에서건 새로운 방식으로 무장한 경쟁자가 나타나
는 순간 마치 창과 기관총의 대결 같은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창을 가진 팀은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조직의 리더들은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밤낮없이 학습
을 하며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혁신’을 주문한다. 하지만 ‘혁신’이 자신의 기득권
을 포기하라면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구성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득권이 많은 조직일수록 개혁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들은 새로

운 무기로 무장한 경쟁자가 나타나 그들을 위협하고 진퇴양난의 상황까지 가서야 다급하
게 혁신을 시도하겠지만 그 땐 이미 몰락의 길로 들어선 후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과거
는 늘 미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지 모른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새로운 조직은 어떤 모습인가. 새롭게 성공하는 조직은 대부분
이 리더가 아닌 집단지성이 이끄는 조직들이다. 권위적이고 위계질서가 철저한 피라미드 
구조의 닫힌조직에서 리더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진정으

로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집단지성을 이루기를 희망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리더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리더들 중에 이렇게 자신

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오로지 룰 크리에이터(Rule Creator)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자는 그다
지 많지 않아 보인다.

           스티브 잡스는 룰 크리에이터다. 그는 3:7로 이익을 배분하겠다는 룰을 만들어 음원
회사를 설득했고 전 세계 수많은 앱 개발자가 스스로 앱을 개발해 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
. 그렇게 아이폰 앱스토어에는 30만개가 넘는 다양한 앱이 올라올 수 있었다. 경쟁사들은 
부랴부랴 돈을 줘가며 개발을 시켜 보지만 ‘갑’과 ‘을’의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애

플사가 과욕을 부리며 3:7의 룰을 깨고 자신들의 이익을 더 취하려 한다면 애플사도 룰 크
리에이터가 될 수 없다. 미래조직의 리더는 이렇게 룰 크리에이터로서 많은 참여자가 의미 
있게 참여하여 열광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자이다. 스스로가 스타가 되기보다는 공정한
 
집행을 통해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가진 자들이다

           이렇듯 미래조직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리더의 혁신이다. 많은 리더
들은 혁신을 주문하지만 혁신하지 않는다. 그토록 조직에 수많은 주문을 외치며 혁신을 요
구하면서도 스스로는 과거의 경험과 자만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다. 자율권을 보장한다고 해 놓고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묵살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상력에 조직이 함몰되어 거대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에 만족한다. 자신의 상상

력을 벗어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창조적이 되라고, 왜 상
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냐고 다그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소수의 권위 있는 편집자가 만든다. 그에 반해 위키피디아는 
10
여명의 관리자만 있을 뿐이다. 수백만 명의 네티즌이 함께 만들어간다. 그 결과 브리태니

커 보다 많은 600만개의 항목을 250개 언어로 제공해 주고 있다. 매년 7억 명이 넘는 네티
즌이 방문을 하는 사이트가 되었다. 브리태니커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브리태니커와 같이 소수의 리더들 상상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쟁력도 과거처럼 소수의 엘리트가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가질 수 없다. 그들

은 대회 주최자로서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스타플레이어의 탄생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그들이 스타플레이어를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순간에 룰 크리에이터로서의 생명도 끝

이다. 열린조직은 룰이 얼마나 공정하게 많은 참여자들의 동기를 부여하는가에 성패가 달
려있다. 얼마 전 한국시리즈는 7차전 중 4차전에 승패가 갈렸다. 대회주최자 입장에서는 잠
실에서의 3회전이 경제적으로 무척 아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승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
려 했다면 과연 그 대회가 오래 갈 수 있겠는가. 끊임없이 탄생하는 스타플레이어는 바로 
그렇게 창의적이고 공정한 룰 크리에이터가 잉태한 결과물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바로 이런 룰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돌아
봐도 자신을 따르라고 외치며 조직을 다그치는 리더들 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혁신의 딜레마이다

전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