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콘텐츠 /한스타일

[조선데스크] "한류 스타 너무 건방져요"

[조선데스크] "한류 스타 너무 건방져요"

  • 입력 : 2010.12.22 23:10
최승현 엔터테인먼트부 방송팀장
"힘들게 표를 구해서 팬 미팅 현장에 가면 우리를 돈벌이 도구로만 보는 것 같아 화가 나요." 최근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한류의 새로운 도약' 토론회는 한국인 전문가들만 모여앉아 한류(韓流) 확산을 자찬(自讚)하는 그런 행사가 아니었다. 베트남의 문화전문기자 당 티에우 응언씨, 중국의 문화 평론가 마설씨, 일본 마이니치 방송 아나운서 야기 사키씨, 태국 피사누룩 나레수안 대학 한국어과 교수 쭈타맛 분추씨 등이 패널로 등장해 동아시아 각국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어떤 것인지, 문제는 뭔지를 솔직하게 전했다.

솔직히 낯이 뜨거울 지경이었다. 쭈타맛 교수는 "팬 미팅은 팬과 스타가 즐겁게 만나는 자리인데 한국 스타들은 10만원 이상 입장료를 받는데다 함께 사진을 찍거나 포옹을 하려면 5만원·10만원씩 돈을 더 받는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마설씨는 "중국에서는 ○○○의 형, ○○○의 사촌동생이라는 등 한류 스타와 혈연관계라는 이유로 무작정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실력 없는 사람들 때문에 한류가 침체된다는 걸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일부 한류 스타들은 노래를 2~3곡만 부르고 가버리는 행사를 주최하면서 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고액의 입장료를 받아 비난을 받기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드라마·음악·영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반짝인기를 타고 한몫 챙기려 눈이 벌게진 일부 한국 연예인과 기획자들의 상혼(商魂)에 넌더리를 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동아시아 팬을 상대로 돈 버는 비즈니스만 하려 한다", "한류 스타들은 너무 건방지다"는 얘기가 쏟아졌다.

올해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위력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류는 어두운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 방송 콘텐츠의 수출액은 2001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해 왔지만 2009년에는 증가율이 1.9%로 급감했다. 2002년과 2004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수출액이 52.3%와 69.6% 늘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었다.

'겨울연가' '대장금' 이후 대형 성공작은 사라졌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시들하다. 콘텐츠 자체의 문제가 클 것이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들이 솔직하고 충실하게 증언한 대로 해외 팬을 존중하지 않고 어떻게든 돈만 챙기면 된다는 일부 연예인의 얄팍한 계산이 한류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혐한류·반한류 논란이 자꾸 불거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화 수출은 공산품 수출보다 훨씬 예민하고 섬세한 일이다. 2011년 한류의 진정한 부활을 바란다면 연예인과 기획자들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덕목은 '성실'과 '겸손'일 것 같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