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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거대사를 통하면 융합세상이 열린다"

"거대사를 통하면 융합세상이 열린다"

빌게이츠 재단, 2013년 거대사 커리큘럼 완성

2011년 12월 02일(금)

> 융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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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 다 지나간 12월 어느 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호주 매콰리대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의 강의 동영상을 감명깊게 보았다. 당신이 말하는 거대사(Big History)를 인터넷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 2일까지 서울 워커힐에서 열리고 있는 '2011 과학창의 연례 컨퍼런스'. 1일에는 거대사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ScienceTimes

그리고 지금 빌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또 다른 재단 BCG3의 사업으로 거대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거대사 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 작업이다. 프로젝트 책임자는 빌 게이츠와 거대사를 창안한 데이비드 크리스찬 교수다.

세계 10여개국에서 커리큘럼에 깊은 관심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의 ‘2011 과학창의 연례컨퍼런스’ 참석 차 내한한 데이비드 크리스찬 교수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제작 중인 커리큘럼을 미국과 호주 50개 중·고등학교 일부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그 교육성과를 참조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현재 20단원에 걸쳐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상자료를 제작 중인데, 오는 2013년 완성본이 공개될 예정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이 커리큘럼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크리스찬 교수의 목표다.
 
무료공개가 가능한 것은 빌 게이츠의 지원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교과과정에 대해 꿈꿔왔던 빌 게이츠는 이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전면 지원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호주 매콰리대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 교수는 거대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cienceTimes

기자와 만난 크리스찬 교수는 제작 중인 이 커리큘럼에 대해 한국, 미국, 호주, 이집트를 비롯 러시아, 불가리아, 콜롬비아, 인도 등 10여개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학교 역시 중·고등학교, 대학,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

크리스찬 교수는 2013년 고등학교용 커리큘럼을 완성한 후 초등학교용 커리큘럼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 교육성과가 길고 깊게 나타나기 때문에 특히 초등학교 교재를 만드는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작 중인 거대사 커리큘럼은 빅뱅 후 137억 년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2011 과학창의 컨퍼런스’ 2일째인 1일 서울 워커힐에서 열린 거대사 강연에서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의 김서형 박사는 커리큘럼의 목차를 5개 구간으로 요약했다.

첫 번째 단원은 빅뱅과 우주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빅뱅서부터 별과 은하계, 지구의 탄생까지를 말한다. 두 번째 단원은 지구상의 생명체 등장과 진화·발전을 다루고 있다. 세 번째 단원은 수렵채집 시대다. 인류의 출현과 함께 전 지구적 거주지 이동, 수렵채집까지를 다룬다.

네 번째 단원은 농경시대를 다루며 농업의 기원, 문명과 국가발전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 다섯째 단원은 전 지구화의 시대, 즉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과 발전 등 지금까지의 전 역사를 다루고 있다.

크리스찬 교수는 이처럼 137년의 거대사를 통해 세상을 볼 경우 학생들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사는 학생 창의력 발굴의 원천…

지난해 미국의 한 대학생으로부터 온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거대사를 통해 우주를 알았고, 또한 내가 그 안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이 깨달음으로 인해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그 방향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크리스찬 교수는 학생들이 거대사를 배움으로써 다양한 학문을 종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사 속에 천문, 우주, 역사, 과학, 의학, 종교, 문학 등 인간이 섭렵할 수 있는 모든 학문 분야가 포함돼 있어 학생들에게 학문 전체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의성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크리스찬 교수는 이 거대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굴할 수 있다는 것고 말했다. 수차례 “그 성과를 확신하고 있다”는 말을 통해 거대사 교육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교수는 이를 ‘새로운 차원의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이 창의력은 우주인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 한 복판에서 우주와 지구를 내려다보는 상황에서 나오는, 넓고 단일화된 관점에서 나오는 학생들로부터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창의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크리스찬 교수가 거대사를 세상에 소개하면서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거대사를 접한 일부 학자들이 크리스찬 교수를 미쳤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역사학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았았다. 기존 역사학의 틀을 뒤집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동안 간과해오던 우주탄생 이후 별의 역사가 거대사에 편입됐다는 사실에 모두 반가워했고, 또한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다. 자신이 역사학자이지만 거대사를 하면서 오히려 과학자들의 도움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것.

현재 거대사 커리큘럼 작업은 세계거대사협회(http://ibhanet.org)를 통해 진행 중이다. 협회에는 13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미국과 호주, 그리고 한국의 호응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크리스찬 교수는 거대사를 설명하면서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을 제시한다. 이 그림을 통해 거대사를 설명하고 있다. 고호는 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잊고 살기 쉬운 하늘의 ‘무한 공간’을 재창조하고 있다.

무한한 우주 이야기를 지구에서 코발트 빛 밤하늘을 쳐다보듯 펼쳐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데이비드 크리스찬 교수는 1946년 생으로 현재 호주 매콰리대 교수를 있으면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12.02 ⓒ ScienceTimes